All that space, 한주원·김세중 디자이너2016.04.22

공간(空間). 빌 공 사이 간. 사전을 찾아보면 아무것도 없는 빈 곳, 물질과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 시간과 더불어 세계를 성립시키는 기본 형식 등의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간은 텅 빈 장소 혹은 무언가 있는 자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자이너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가구, 설치, 전시, 인테리어, 무대 디자인 등 공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한주원, 김세중 디자이너를 만났다.

글. 스토리베리




두 분이 어떻게 만나서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고요, 각자 개인 활동을 하며 지내던 중 워크스 소개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마침 둘 다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던 차라 서로 유심히 본 거죠. 얘기하다 보니 성격이랑 성향이 잘 맞더라고요. 이후에 프로젝트를 하나 함께 진행하게 되었고, 그 뒤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스튜디오 이름이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데 어떻게 정한 거예요? 
COM은 사업자 등록을 위해 만들긴 했지만, 사실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는 단어라 검색을 통한 모니터링이 안 돼서 매번 후회하고 있어요(웃음). 후보로 오른 여러 가지 이름 중 가장 무미건조한 이름을 골랐어요. 별다른 의미를 두고 만든 건 아니에요.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고 있으세요?
가장 최근에 끝낸 일은 일민 미술관의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의 '불완전한 리스트' 작업이네요. 미디어버스, 테이블유니온과의 협업 과정에서는 많은 아이디어가 오갔지만, 결과물은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5월에는 미디어버스 기획의 RomaPublications 전시를 준비 중이고, 올해 미디어시티 서울에도 전시 디자인으로 참여할 예정이에요. 그 외에는 문구를 판매하는 작은 공간 디자인도 협의 중이고요. 

전시, 디자인, 설치, 가구 등 여러 가지를 하는데 두 분의 정체성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다양한 종류의 공간 설치 작업을 하고 있어요.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공간-가구-전시-무대 디자인합니다." 라고 간단한 소개문구를 써두었는데요, 어떤 종류의 작업이던 저희가 가진 원칙은 멋있게 보이는 것을 만들려 하기보다 저희 스스로 납득 할 수 있는, 맥락에 맞는 형태를 찾으려 노력하는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 나온 구성이 멋지다고 생각하고요.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불완전한 리스트, 미디어 : 설치작업, 클라이언트 : 미디어버스, 그래픽 : 김영나, 사진: 나씽스튜디오, 2016


스물 여덟, 미디어 : 전시디자인, 클라이언트 : 국립한글박물관, 그래픽 : 신덕호,  2014


▶ 시의 집 '흰 바탕 위 검은 점들', 미디어 : 설치, 주회 : 한국현대문학관, 2014


파빌리온씨, 미디어 : 전시 디자인, 클라이언트 : 정림건축문화재단,  2015


공간에 특정한 역할이 부여되면 특별한 시간이 깃들고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가, 머물다가 떠난다. 우리 인생은 공간 속에서 이어지고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공간에서 태어나고 소멸하는 공간의 존재다. 한주원과 김세중 두 사람은 함께 공간을 나누고 공유하며 공간의 의미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AP shop>이라고 최경주, 이동열 씨와 함께 한 작업이에요. 경주 씨는 주로 스탠실과 실크 스크린으로 작업해온 작가인데, 이번에 작업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경주 씨 작업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잘리고 남은 형태들을, 공간을 구성할 때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어요. 집기를 만들고 남은 자재를 형태 그대로 다른 무언가로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작업 과정 내내 저희를 믿어준 만큼 결과도 잘 나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신뢰를 받으면 작업이 더 잘 나오지요?
그렇죠. 설득하느라 소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큼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같이 소규모로 일하는 디자이너는 시간 배분을 잘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가 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설득을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들여 시안을 꾸미는 일 같은 건 할 여력도 없고, 지양하고 있어요. 그런 작업이 필요한 클라이언트보다 그동안 저희가 해왔던 것을 관심 있게 봐오신 분들이 믿고 맡겨주실 때 결과가 더 잘 나오더라고요.

두 분 다 주관이 뚜렷하신 것 같아요.
둘 다 싫은 건 잘 못하거든요(웃음). 반면 하자고 결정한 일은 이윤을 조금 줄이더라도 질을 높이려고 하죠. 남의 일 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이라는 마음이 드니까요. 물론 영리한 운영 방식도 아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지도 않아요. 다만 어느 정도는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매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 또 그것을 갱신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다만 저희 같은 소규모 사업체들은 어떤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스튜디오 운영면에서 좀 더 성숙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앞으로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싶으세요?
작은 스튜디오다 보니 개인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작업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눈앞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치우듯 하는 것보다는, 오래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에게 중요한 과제이지요.



ARTIST PROOF SHOP, 미디어 : 공간디자인, 클라이언트 : 최경주, 이동열, 사진: 텍스쳐온텍스쳐 2016


ARTIST PROOF SHOP을 위한 초인종


도서관 국립출판 열람실, 미디어 : 전시디자인, 클라이언트 : 계간 GRAPHIC, 그래픽 : 신덕호, 2015


▶<타이포잔치 2015> 종로타워, 미디어 : 설치, 주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좌] 전국자립음악가대회 51+ 페스티벌,  미디어 : 무대디자인, 클라이언트 : 자립음악생산조합, 그래픽: 앞으로, 사진: 박수환, 2015 [우] <페스티벌 봄> 아시안 뮤직 파티, 미디어 : 무대디자인, 클라이언트 : 페스티벌 봄, 사진: 박수환, 2015


두 사람은 두 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나이 차를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 의도적으로 애쓴다기보다 완전히 몸에 배어서 하나의 애티튜트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편안한 공간감. 다정하고 부드러운 울림. 그들이 기분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작업하다가 막힐 때는 어떻게 하세요?
막힐 때는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몸을 혹사하곤 하는데 요즘엔 방법을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끝까지 고민해야 풀리는 일과, 고민을 멈추고 머릿속을 환기해야 풀리는 일이 있으니까요. 그 두 가지를 구분 못 해 밤을 새우고도 결과가 엉뚱하게 나온 경우가 있었어요. 결과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단단해지려면 작업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놀란 게 두 분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참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디서 이렇게 귀한 태도를 배웠는지 궁금하네요.
당연히 대등한 관계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 사이도 아니고,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만난 만큼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만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친밀감을 앞세우며 순식간에 위계를 형성하는 방식의 관계에는 조금 부정적이에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한 운영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기본적으로 좋은 파트너십은 신뢰에서 나온다고 보는데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주원 서로의 작업을 믿으니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야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고요. 저 혼자 작업하던 때엔 무턱대고 저지르며 작업했었는데요. 세중 씨는 계획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점이 너무 다행에요(웃음). 아까 말씀드린 수평적 관계를 유지 할 수 있는 것도.  
세중 음…. 사실 그냥 디자인을 너무 잘해서 좋아요(웃음). 제가 쉽고 단순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주원 씨가 가진 좋은 아이디어를 식별해내고 그것을 완성된 형태의 좋은 디자인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은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또 주원 씨는 무대 미술을, 저는 실내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다른 환경에서의 경험이 서로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씩 해주세요.
주원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 다 하는 것 같아요. 동료를 만나고, 작업실을 열고, 하고 싶던 작업을 하게 되고, 작업적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앞으로도 신세 질, 언제나 저희를 도와주는 목수 '쿠'에게도 앞으로 더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세중 저도 비슷해요. 일단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좋은 작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모범이 될만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예요.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맛깔손과 공동 작업), 클라이언트: 박혜인


▶[좌] 알프레드 비치 샌달 라이브 인 코리아 2015(맛깔손과 공동 작업), 기획: 헬리콥터 레코즈 [우] 고비도시(맛깔손과 공동 작업), 연출 : 신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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