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폰트 디자이너 이호의 「호리틱」 #5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2021.01.15




 폰트 디자이너 이호의 호리틱[이호+critic]한 시선! 
기존의 한글 디자인을 이호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봅니다.
다섯 번째 호리틱: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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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호리틱이 살펴볼 한글 디자인은 한국의 디자인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전신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입니다. 여러 번의 통합과 명칭 변경을 거친 현 한국디자인진흥원. 명칭 변경의 유래를 살펴보면, 1970년 한국디자인포장센터로 생겨나 1991년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으로, 다시 2001년 지금의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 불리고 있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아니라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를 선택한 데에는 제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크리틱 기준에 대해 더욱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예요.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는 자소들의 형태가 기하학적인 헤드라인류라 할 수 있습니다. ‘ㅅ’ ‘ㅈ’의 곧게 뻗은 사선에서 강한 인상이 느껴지죠.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10개 글자들을 한 줄로 놓은 게 아니라 겹쳐 표현한 것도 눈에 띕니다. 아마도 많은 글자들을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해, 읽는 이들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고려한 작업자의 의도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쉬운 부분이라면 가로세로의 굵기, 자소의 크기, 속공간, 시인성(판독성), 마지막으로 회색도 등을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가로세로 굵기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의 가장 가시적인 특징은 글자 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즉 가로획과 세로획이 많기 때문에, 이를 고르게 보이도록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한글은 시각적으로 가로획보다 세로획을 조금 굵게 해줄 때 안정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산, 업, 디, 자, 인 등 5개 글자는 가로획보다 세로획이 조금 굵어서 약간 불안해 보입니다. 가로획과 세로획을 시각적으로 비슷한 굵기로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디’에서는 초성 ‘ㄷ’과 중성 ‘ㅣ’의 세로획 굵기를 비슷해 보이도록 하거나, ‘발’의 초성 ‘ㅂ’과 중성 ‘ㅏ’, 종성 ‘ㄹ’의 굵기를 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자소 크기
‘자’를 살펴보면 ‘ㅡ’보다 ‘ㅅ’이 작아 보입니다. ‘ㅡ’를 기준으로 본다면 ‘ㅅ’을 조금 크게 해줘야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

속공간 크기
‘인’을 이루는 초성 ‘ㅇ’, 중성 ‘ㅣ’, 종성 ‘ㄴ’은 서로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만약 작은 크기라면 글자가 뭉개지기 십상이겠습니다. 초성, 중성, 종성 각각을 살짝씩 띄워줘야겠죠? 

‘발’에서는 종성 ‘ㄹ’ 세 개의 가로획이 굵어서, 사이의 속공간(하양)이 좁습니다. ‘인’과 마찬가지로 ‘발’ 역시 작게 쓰면 뭉침 현상이 나타나겠지요. 가로획 굵기를 조금 조정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원’ 또한 초성 ‘ㅇ’과 중성 ‘ㅜ’의 좁은 공간을 넓혀줘야겠네요. 이처럼 속공간이 비좁아 보이는 건 아무래도 글자 수가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시인성 또는 판독성
시인성(판독성)이란, 어떤 글자가 제 모습대로 잘 보이느냐/읽히느냐 하는 걸 가리킵니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의 경우는 시인성이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몇몇 글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요. 크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필자는 ‘포’와 ‘장’을 떼어주고 ‘원’에서는 종성 ‘ㄴ’을 띄워주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디’에서는 초성 ‘ㄷ’의 맺음과 중성 ‘ㅣ’를 연결해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했습니다.

회색도
‘회색도’라는 용어는 보통 편집 디자이너들이 많이 쓰죠. 글자는 가상 바디(Body)라는 사각 박스에 한 글자씩 그려 넣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동일한 가상 바디 안에 같은 글자의 Bold나 Light를 그려 넣었다면, 바로 이 경우를 ‘회색도가 다르다’라고 표현하죠.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는 한, 회색도는 유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모두 균일한 회색도를 가져야 해요. 제가 다양한 BI들을 예로 들며 굵기, 크기, 속공간, 크기 등을 조정하는 작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회색도 맞추기’인 것입니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 ‘호리틱’ 버전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 원본(위)과 ‘호리틱’ 버전(아래) 비교


지금까지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를 가로세로 굵기, 자소 크기, 속공간 크기, 시인성, 회색도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덧붙여보자면, 글자의 섬세한 완성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Black(글자)과 White(공간)의 조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한 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BI  IV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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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폰트 대표. 1993년 ㈜큐닉스컴퓨터 서체개발실을 시작으로 서울시스템, ㈜모리스디자인, ㈜산돌커뮤니케이션, ㈜윤디자인그룹 등 여러 기업에서 활동했다. 삼성 전용서체(2002), 현대카드 전용서체(2003), 중앙일보 신문 전용서체(2006), 경향신문 제목용 서체(2012) 등 다종다양한 글자를 짓고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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