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석훈의 한글 디자인 품과 격 #1 ‘30년 스테디셀러’ 윤명조·윤고딕2021.01.22




이 글은 『한글 디자인 품과 격(편석훈 저, 윤디자인그룹, 2020) 내용 일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내용은 책 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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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디자이너 헤르만 자프(Herman Zapf)는 “타입은 한 시대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타입’이라면 굉장히 거창해서 이해하기 힘들 것 같지만, 윤디자인그룹의 폰트 매뉴얼을 주루룩 훑다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DTP(Desk Top Publishing) 시대가 도래하면서 부흥기를 맞기 시작한 인쇄매체용 폰트는 2000년대 들어 디지털 화면에 최적화된 스마트한 폰트로 발전하기까지 수많은 변곡점을 그리며 성장해왔다. 폰트는 디지털 시대 환경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매개체인 것이다. 


90년대생 윤명조·윤고딕
‘한글 폰트 최초 6종 굵기 구성’의 배경

한글 폰트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매킨토시 컴퓨터와 맥을 같이 한다. 1980년대 후반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매킨토시(Macintosh)는, 납활자 시대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편집이 가능한 쿼크 익스프레스(Quark Xpress) 프로그램과 함께 국내 출판·잡지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에 걸맞는 폰트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어서, 당시만 해도 제목용 서체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디자이너가 레터링으로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1990년대 들어 기존 사식인쇄 방식에서 DTP 방식으로 인쇄 기술이 변화되고 있었지만, 본문체의 대표격인 바탕체는 여전히 1960년대 고 최정호 선생에 의해 만들어진 명조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최정호 선생은 한글 서체뿐만 아니라 인쇄 출판에 커다란 기여를 한 분이다. 하지만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또한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DTP 시장에 있어서는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본문체가 필요했다.

윤명조 개발에 착수한 것은 91년으로, 기존 명조체의 문제점을 샅샅이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었다. 기존 명조체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던 까닭에 자폭이나 크기가 불규칙하고 디테일한 부분들의 통일성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ㅇ’꼴의 경우, 크기나 비례, 공간 구성은 물론 꼭지 모양 역시 모두 제각각이었다. 결국 이 문제점들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기존 명조체의 단순화’ 작업이었다. 획의 구성을 단순화하면서 일관된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통일성에 중점을 두어 수정해나갔다.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처음 제작한 본문용 폰트는 ‘우리명조’로, 가는 글꼴 3종을 먼저 만들었다. 이후 우리명조의 단점을 보완해 ‘윤명조’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굵은 글꼴 세 가지를 추가함으로써, 타사의 보편적인 명조체 구성(Light, Medium, Bold 3종)과는 전혀 다른 윤명조 110, 120, 130, 140, 150, 160 총 6종의 폰트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6개의 굵기로 구성된 윤명조 100은 한글 폰트 시리즈의 이름이 숫자로 표기된 첫 번째 폰트이자, 한글 폰트 최초로 6가지의 굵기로 구성된 폰트 패밀리이기도 했다.

   윤명조·윤고딕 연혁 
    · 본문용 서체 구상 및 제작 시작 1991
    · 우리명조·우리고딕 1차본 완성   1993
    · 굵기 추가 및 수정을 거쳐 ‘윤명조·윤고딕’으로 서체명 변경  1994
    · 윤명조·윤고딕 100 각 6종 완성  1996
    · 윤명조·윤고딕 300 완성  1997
    · 윤명조·윤고딕 200 완성  2000
    · 윤명조·윤고딕 400 완성  2002
    · 윤명조·윤고딕 105, 윤명조·윤고딕 500 완성  2004
    · 윤고딕 700 9종 완성  2012
    · 윤명조 700 9종 완성  2014
    · 윤고딕 705 완성  2015
    · 윤고딕 매거진 700 완성  2020







한글 폰트 최초로 6종 굵기로 구성해 출시한 윤고딕·윤명조 100 시리즈

윤명조 개발과 함께 시작한 윤고딕 역시 기존 고딕체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우선 굵기별 모듈이나 디테일의 일관성 면에서 엉성한 부분들(수작업으로 제작된 한계)을 개선하기 위해 글꼴을 다듬고 단순화시키는 작업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무게중심선을 상단 맞추기로 조정해 글줄의 완성도를 높이고, 획에서 불필요한 돌기를 없애 굵기를 일정하게 하되, 장체로 쓸 경우를 대비해 가로획보다 세로획을 굵게 했다. 기존 고딕체의 견고딕과 중고딕, 세고딕이 굵기에 따라 부분적으로 모양이 달랐던 것들을 통일하고 불필요한 여백을 없애는 등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다. 윤고딕 100 역시 작업 기간만 꼬박 3년이 걸렸다.

폰트는 한 번 출시되었다고 해서 작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본문용 폰트의 경우에는 계속 관리되고 다듬어져야만 한다. 윤명조·윤고딕 100 출시 이후 30년에 걸친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기초 구조 연구와 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보완 작업을 진행하며 발전시켜나간다는 것. 이에 따라 탈네모꼴의 윤명조·윤고딕 200과, 100 시리즈를 업그레이드 한 300, 공간의 분할을 과학적으로 세밀하게 조정하여 심미성을 높인 400, 본문용으로 주목성을 향상시킨 500을 거쳐, 굵기 단계를 9단계로 새롭게 구성한 윤명조·윤고딕 700까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보완이 진행되었다.


윤명조·윤고딕 100 시리즈(6종 굵기)와 700 시리즈(9종 굵기) 비교




윤고딕 740, 윤고딕 120 주요 형태 차이



윤명조 730, 윤명조 120, 신신명조 형태 비교


윤명조·윤고딕 800
본문체 장인들이 만드는 윤명조·윤고딕의 ‘다음’

윤명조·윤고딕 100부터 윤명조·윤고딕 매거진 700까지 장장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은 윤명조·윤고딕 800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기획 중이기는 하지만 기본 콘셉트만 공개한다면, ‘윤디자인그룹이 추구하는 본문체의 모던함은 과연 어디까지 추구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어쩌면 바탕체의 세리프가 극도로 단순화되어서 ‘고딕 형태의 명조꼴’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본문체 개발은 매우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다.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미세한 세리프의 각도 조절, 여백과 굵기 변화 등에 따라 전체 분위기가 좌우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신입 디자이너들에게 “손글씨 폰트는 감각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지만 본문체는 최소 3~4년 정도 작업을 해봐야 소위 말하는 ‘감’을 잡을 수 있고, 5년은 되어야 본문체를 제대로 작업할 수 있다”고 언질한다. 그리고 “본문체를 만들고 나서야 폰트의 균형과 조형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한다. 엄청난 인내와 끝없는 공부, 재반복, 장인정신이 필요한 분야, 이것이 바로 윤명조·윤고딕과 같은 본문체 개발이다.


2014년 한글날 기념 특별전 〈제3회 한글잔치〉(윤디자인그룹 주최) 당시 
오프닝 행사로 진행한 세미나 ‘윤명조·윤고딕 해부학’ 포스터




㈜윤디자인그룹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리 문자 한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꾸준한 본문체 프로젝트,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의 전용글꼴 개발을 이끌어 오고 있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브랜딩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윤디자인그룹의 정체성을 기존의 글꼴 디자인 회사에서 타이포브랜딩(typo-branding) 기업으로 전환했다.


『한글 디자인 품과 격』
지은이  편석훈
출판사  ㈜윤디자인그룹
출간일  2020년 10월 9일 한글날
크기 및 분량  175 × 225 × 24.5㎜, 264쪽
ISBN  979119521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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