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폰트 디자이너 이새봄의 「미미와 소소」를 시작하며2021.02.03




 미미하고 소소해 보이지만 글자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들 
폰트 디자이너 이새봄이 전하는 세상 소중한 미미와 소소 이야기
 시작하며: 소수점 다섯 자리의 세계 

               

“이 폰트 뭔가요?” 
내 직업을 아는 사람이라면 흔히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다. 나는 16년차 폰트 디자이너다. 그들은 보통 화면이나 책의 일부를 사진으로 찍거나 캡처한 이미지를 보내며 내게 묻는다. 혹시 이 폰트가 뭔지 아느냐고. 이럴 때 나는 조금 난감하다. 폰트 디자이너라고 해서 이 세상 모든 폰트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다 알 수도 없다. 폰트 디자인의 세계는 광대하기에, 단지 이미지 속 글자를 보고 폰트 이름을 바로 알아차리라는 건 마치 서울에서 김서방 찾아달라고 하는 격이다.

‘이 넓고 사람 많은 서울에서 당신의 김서방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요···’ 하며 그냥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일단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그 김서방이 내가 이미 알던 김서방일 때도 있고, 혹은 전혀 몰랐던 김서방을 찾게 되기도 한다. 나는 거기서 희열을 느낀다. 당신도 이제부터 김서방을 찾는 법, 아니 폰트들의 구별법을 알아가면서 함께 희열을 느껴보도록 하자.

앞서 말했지만 폰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내가 찾아야 하는 김서방이 전 세계 그 어딘가에 있다고 하면 찾을 엄두도 못내겠지만, 그가 서울의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면 언젠가는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김서방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 나는 여러 종류의 폰트들 중 그 범위를 고딕(돋움)과 명조(바탕)로 제한하고자 한다. 이 두 서체는 우리가 흔히 책, 신문 등을 접할 때 본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개성이 드러나는 손글씨나 제목용 스타일에 비해 비교적 공통된 형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나 폰트 회사가 달라도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이제 김서방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폰트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에 비해 굉장히 미세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보통 읽게 되는 글자의 크기는 10~12pt인데 이는 3.53~4.236㎜ 정도의 크기다. 그런 작은 글자를 모니터 화면에 크게 확대하여 띄워놓고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가늠이 되는가?




글자 제작 프로그램 화면
하단의 작게 보이는 글자가 사람들이 보통 읽는 12pt 크기


폰트 디자이너는 정사각형 판 위에서¹, 또는 그것을 1,000개 / 1,024개 / 2,048개로 쪼갠 그리드 위에서 글자 하나씩을 만들어간다.² 그리드 위에 점을 한 칸씩 움직이며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을 모아 글자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글자가 작은 크기에서도 잘 읽히는지를 모니터 화면을 반복적으로 확대·축소해가며 선을 끊임없이 가다듬는다.
¹ 그 정사각형 판을 ‘em(엠)’이라 하고, 알파벳 M사이즈의 사각형을 의미한다.
² 이러한 단위를 ‘upm(units per em)’이라 한다. 보통 폰트들은 1,000upm / 1,024upm / 2,048upm 등으로 만들어진다.

이때 디자이너가 한 칸씩 만지는 수치를 굳이 ㎜로 환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1,000upm의 폰트를 10pt(3.53㎜)에서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만들고 있다고 가정하고, 디자이너가 그리드 위에서 한 포인트씩 움직이는 수치(1/1,000)를 계산해본다면 0.00353㎜라는 수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랜 기간 숙련된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소수점 다섯 자리만큼의 미세한 차이까지 들여다보고 잡아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폰트 디자이너답게 세밀한 눈으로 폰트의 특징을 구별해내려 한다. 타이포그래피 책을 보면 알 수 있는 글자들의 포괄적인 특징이 아니라, 실제 고딕과 명조의 폰트들을 뜯어보면서 각 부위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즉, ‘미미’와 ‘소소’를 찾아 여러분께 소개하려 한다. 귀납적으로 하나하나 세부 특징들을 알아가다보면 이것들이 모여서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딕이 다 같은 고딕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언제 어디서 무슨 고딕/명조를 보아도 “아 이건 〇〇회사 폰트겠구나” “아 이건 〇〇명조겠구나”라고 대충이라도 짐작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기대하며, 「미미와 소소」를 시작해본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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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디자이너. 호호타입(HOHOHtype) 대표. 2005년 렉시테크에서 폰트 디자이너로 입문해 우리폰트 시리즈, 렉시굴림, 렉시새봄 등을 만들었다. 2013년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타이포그래피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방일영문화재단이 주최한 제4회 ‘한글글꼴 창작 지원사업’ 수혜자로 선정돼 새봄체를 제작·발표했다. 이후 ㈜윤디자인그룹에서 바른바탕체 한자, 윤굴림 700 등을 제작했으며, 현재 새봄체의 두 번째 시리즈를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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