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afterVIEW] #18 5unday2021.03.10




   About 「interVIEW afterVIEW」

  인터뷰(interview)는 말 그대로 서로(inter) 보는(view) 일이다. 서로 보는 일이나, inter-see가 아니라 inter-view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는 책, 기사, 영상 등 ‘인터뷰 콘텐츠’를 전제로 한 서로―보기다. 인터뷰 자체를 콘텐츠 제작 과정의 일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기획 의도가 있으므로, 콘텐츠를 위한 만남과 대화는 어느 정도 기획적·의도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인터뷰 또한 그렇다.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보다, 관점과 관점의 상호작용이다. 즉, view와 interaction의 결합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2011년 창간 이후 국내외 디자인계 인물 약 300명을 인터뷰했다. 타입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설치미술가, 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 어느 날 문득, 그들의 인터뷰 이후가 궁금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view를 재확인해보고 싶었다. 지금쯤 그들은 어떤 위치와 어떤 view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지. 지금의 view에 새로운 interaction이 더해지면 어떤 interview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그들과 다시 서로―보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다. 연재 코너 「interVIEW afterVIEW」를 마련한 까닭은. 특별한 기획의도는 없다. 다만, 그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는 것 외에는.

     interVIEW in 2012
   2012년 인터뷰(1부2부) 때 5unday(선데이)는 설립 초창기였다. 대학교 친구 사이인 그래픽 디자이너 다섯 명이 운영하고 있었다. 인터뷰 제목이 「농담과 진담 사이의 경쾌한 줄타기」였다. 간결한 질문, 농반진반스러운 답변이 오고갔다. 디자인 씬에 갓 둥지를 튼 다섯 사람은 시종일관 명랑했다. ‘커리어에 매달리기보다 차라리 커리어 위를 타고 놀아보자.’ 줄타기 재주꾼 같은 장난기를 그득 머금고 있었다.


      afterVIEW in 2021
    디자인 스튜디오 5unday와 다시 만났다. 8년 만이다. 다섯 명이었던 디자이너들은 신광·양재민·윤희대, 이렇게 세 명이 돼 있다. 여전히 경쾌하고, 줄에서 떨어질까 걱정하기보다 줄 타는 즐거움에 일단은 집중하는 낙천성도 그대로다. 다만 농담은 다소 줄어든 것 같은데, 그 대신 진담의 전반적인 정서가 쿨해진 느낌이다. 줄어든 농담의 양만큼 진담의 농담기가 짙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지켜진 셈. 8년이라는 시간 동안 5unday는 변했으면서 그대로다, 라고 소개할 수 있는 이유다.

애프터뷰 _ 에디터 임재훈
director@typographyseoul.com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과는 2012년 12월에 처음 인사를 나눴었죠. 2022년에 연락드렸다면 ‘10년 만’의 재회가 됐겠네요. 첫 인터뷰를 했던 시기가 5unday 초창기였잖아요. 05학번 대학 동기 다섯 명이 의기투합한 스튜디오, 5인의 발걸음을 형상화한 라틴 알파벳 로고. 이 두 가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5unday는 3인 체제고, 로고도 조금 바뀌었더라고요. 물론 ‘5인의 발걸음’ 형태는 남아 있지만요. 8년 전 인터뷰 당시와 비교한다면, 현재 5unday는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나요?

 신광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팀원이 세 명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대신에 ‘진저’라는 고양이가 새로운 식구가 되었어요. 또 각자가 집에서 쓰던 컴퓨터를 가져와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사과 컴퓨터를 맞춰서 쓰고 있죠. 그리고 사무실도 많이 넓어졌습니다. 수입도 늘고, 사무실도 넓어지고, 컴퓨터도 좋아지고, ···. 생각해보니 많이 좋아졌네요.(웃음) 아! 개인적으로는 쌍둥이 딸들이 생겨 아빠가 되었습니다. 하하. 변하지 않은 건, 음··· 직원이 없다는 것?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스튜디오들은 직원이 있더군요. 그런데 저흰 아직 직원이 없습니다. 올해 말쯤 인턴 채용을 하려고 계획하고는 있어요.

 양재민 
멤버, 체력, 근무 환경, 수입, ··· 달라진 것들은 하나하나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습니다. 2012년 인터뷰 때만 해도 스튜디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선데이가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물론 그랬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지만요. 그때와 변함이 없는 것은 미래에 대한 여전한 고민입니다. 예전에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랐다면, 지금은 언제까지 지금 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선데이의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윤희대 
세 명이 되면서 사무실 크기가 작아졌고 나이를 좀더 먹었네요. 생각보다 변화가 엄청나진 않은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이 여전하네요. 나이는 먹어가는데 아직도 가벼운 것 같고. 저희 고양이 ‘진저’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음, 8년 전에는 진저가 없었군요. 그리고 저희끼리 하는 게임이 있는데, 그것도 변함없이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력이 많이 늘었길 바라는데, 참 안타깝게도 생각보다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슬프네요. 혹 나중에 8년 후쯤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더 나아진 선데이였으면 합니다.




금천문화재단 ‘빈집프로젝트’ 일러스트레이션 및 편집 디자인, 2018
빈집프로젝트: 금천구 독산동 일대의 낡은 주거 공간과 비어 있는 상업 공간을 문화 예술 창작소로 개조하는 도시재생 사업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이 말은 5unday가 하고자 하는 다양한 분야(결코, 짧게 설명할 수 없는)에 대한 핵심을 설명하기 위해 정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 핵심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_ 2012년 인터뷰 중

‘코로나 블루’라는 신종 무기력증까지 생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이 어려운 시국, 5unday만의 긍정 에너지 생성 방식이 궁금합니다.

 신광 
딸들이 생겨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이후로는 긍정의 영향을 주고자 하는 최우선 대상이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들에게서 긍정의 에너지를 얻고, 저 역시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은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되겠네요.(웃음)

 양재민 
작년 초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많이 줄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나름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작업이 매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코로나19 때문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혼란스럽더라고요. 다행히 하반기부터는 상반기 몫까지 정신없이 바빠지면서 무기력할 틈이 없었습니다. 주중에 바쁘게 일하고 주말에는 생각 없이 푹 쉬면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저에게는 작업이 긍정 에너지 생성의 원인이면서 결과물이네요.

 윤희대 
지금도 ‘좋은 영향을 주는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네요. 그래도 아이들 관련 작업들이 많은 터라 가능한 한 아이들이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좀더 노력해서 보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작업을 해야겠네요.


2017년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100필름 100포스터〉전 출품작
같은 해 발표된 금태경 감독의 단편 〈주성치와 함께라면〉을 5unday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포스터




〈제5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2017〉 출품작 ‘〇〇에 살고 있다’


앞 질문에 이어서 한 가지만 요청드려볼게요. 긍정 에너지가 깃든 5unday의 최근 작업들 좀 소개해주세요!(웃음)
   
 신광 
매년 진행하고 있는 ‘신년엽서 프로젝트’입니다. 이메일이 아닌 우편물을 통해 전달하는 새해 인사가 반응이 꽤 좋습니다. 이메일보다는 우편물을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하면 받는 사람도 기분 좋고, 받아서 SNS에 공유해주시면 저희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양재민 
저 역시 ‘신년엽서’를 꼽겠습니다. 매년 신년엽서를 만들어서 친구들, 그리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드려요. 이번에는 코로나19 상황을 담아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stay home’이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엽서를 받은 분들의 덕담 맛을 못 끊어서 거의 10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피드백이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희대 
음, 하나의 작업을 꼽기가 힘드네요. 전반적으로 선데이의 작업 톤이 밝지 않나요? 하하. 그중에서도 아이들 관련 작업들은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고자 합니다.





5unday 자체 프로젝트 ‘2021 신년엽서: HOME SWEET HOME’


5unday 사이트의 ‘For Children’ 카테고리 말입니다. 타 카테고리―Illustratino, Poster, Book, Typography 등―에 범주화될 만한 작업들 중 아동 관련물만 따로 모아둔 공간이잖아요. 그만큼 5unday에게 ‘어린이’가 중요한 키워드라는 방증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봤습니다.(웃음)

제게는 특히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전시(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의 아동 버전 워크북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 전시를 봤습니다만, 콘텐츠가 그리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를 ‘광장’이라는 주제어로 갈무리해본다, 라는 콘셉트가 묵직하더라고요. ‘광장’ 하면 떠오르는 정치적·시사적·문학적(소설가 최인훈의 대표작 『광장』) 함의 때문에요. 실제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가 전시돼 있기도 했고요. 이 전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대체 어떻게···?! 이쯤에서, 5unday의 워크북 작업 이야기가 몹시도 듣고 싶습니다.

 양재민 
스튜디오 초창기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린이 전시 일도 맡게 됐어요. 그쪽 방면으로 굉장히 많은 포트폴리오가 쌓였습니다. 노하우도 많이 생겼고요. 어떤 것을 아이들이 좋아하고, 어느 정도 선까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이 잡혔습니다. 다만 원고는 클라이언트의 몫이기 때문에 저희 쪽에선 조언을 하는 정도만 가능하죠. 이를테면 빽빽한 원고를 받았을 때 양을 줄여달라고 부탁한다거나, 이해하기 쉽고 귀여운 삽화를 넣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언급하신 광장 워크북은 먼저 아이들의 눈을 잡아두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색감을 사용했고, 신문처럼 ‘세 컷 만화’도 그려봤습니다. 공을 들인 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저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큰 작업이에요.

한때는 왜 우리한테는 어린이 일만 들어올까, 우리도 다른 것 좀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흔히 말하는 ‘짬바’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 관련 작업이 선데이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카테고리를 따로 두기도 한 거고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의 
아동 관객 워크북 ‘어린이를 위한 광장 소식’ 일러스트레이션 및 편집 디자인, 2019


“의미 없이 보내는 일요일이 아쉬워 “친구들아, 우리 무언가를 해보자!” 해서 5명이 일요일마다 만났습니다. 5unday라는 이름도 숫자5와 Sunday의 S를 따로 적기 아쉬워서 하나의 글자로 만나게 해줬습니다.” _ 2012년 인터뷰 중

저 답변을 지금 읽으니까, 뭐랄까요, 이상하게 서글퍼지대요. “우리 무언가를 해보자!” 뭉쳤던 친구들이랑은 1년에 한두 번도 만나기 힘들고요, 사회로부터의 요구와 전혀 무관한 나 자신만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고요. 갑자기 청승을 부려 송구합니다.(웃음)

이 맥락에서 지난해 가을 열렸던 〈돈을 벌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쓸모 있는 사람들〉 전시가 참, 저한텐 의미심장했습니다. 이 전시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5unday가 진행했잖아요. 이와 관련해 타 매체에 실린 5unday 인터뷰도 읽어봤습니다. 포토존을 제작했는데 코로나19 탓에 온라인 전시로 전환되면서 활용되지 못했다는 이야기, 저도 정말 안타까웠어요.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네요. 질문드리고 싶은 건 이겁니다. 5unday 멤버들은 8년 전처럼, 여전히 ‘의미 있는 무언가’를 위해 모이고 있나요? 스튜디오 초창기 스피릿(!)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신광 
의미 있는 무언가를 위해 일요일에 따로 모이지는 않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는 종종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일이 많이 줄었던 시기에, 저희끼리 회의를 통해 준비한 자체 출판 프로젝트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쏟아지는 바람에 그대로 중단했습니다. 시간 분배를 잘 해서 다시 진행을 하긴 해야 하는데··· 클라이언트 일을 처리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아서 쉽지만은 않네요. 자체 프로젝트와 클라이언트 일과의 조율이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양재민 
지금은 주말에는 전혀 모이지 않습니다. 각자 충실해야 할 가정이 있어서요. 의기투합! 으쌰으쌰! 뭉쳐! 뭐 이런 느낌은 이제 거의 사라졌죠. 초창기에도 엄청 그런 유형들은 아니었지만요. 다만 작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작업은 정말 재미있고 즐겁다’라는 사실을 진정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야근을 자청하면서까지 이런저런 작업의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이런 거 재밌겠는데 한 번 해볼까?’ 했던 초창기의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요.

 윤희대 
말씀하신 대로 의미를 찾는 고민들의 시간들이 줄어가네요. 당장의 맞닥뜨린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모임 갖기가 어려워요. 그럼에도 선데이가 오래 살아가려면 선데이의 특색이 느껴지는 작업을 계속 만들어야겠죠. 그래서 여유가 생기거나 일이 줄어 혼란해질 때면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 내부 프로젝트가 그나마 ‘모임’이자 초창기 ‘스피릿’이 발현될 때인 것 같네요. 작년 전반기 때가 그러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다들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2020시민큐레이터 지원 사업 선정 전시
〈돈을 벌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쓸모 있는 사람들〉(시민큐레이터 김서경 기획) 
그래픽 디자인 및 편집 디자인, 2020


신광“아침형 인간이고,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5unday를 사랑하고, 문화부 장관이 꿈인 사람입니다.”
양재민“작업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서 희열을 느끼고, 이상한 포즈로 사진 찍는 것을 즐깁니다.”
윤희대“유유자적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 이 생각, 저 생각,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몽상가 타입이랄까요.”
_ 2012년 인터뷰 중

8년 전엔 저렇게 자기소개를 하셨더군요. ‘2021년 3월 버전 자기소개’와 함께 이번 인터뷰를 마쳐볼까 합니다.

 신광 
딸둥이와 아내를 사랑하는 항상 건강한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인 사람입니다.

 양재민 
작업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서 여전히 희열을 느끼고, 떡볶이 먹는 것을 즐깁니다.

 윤희대 
유유자적하고 싶은 건 여전하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이진 않으나 생각보다는 낙관적인 스타일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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