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읽자이너] #15 『디자인 정치학』2022.05.17



한 달 한 권
1 제목 2 차례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123 읽자이너 

 열다섯 번째 책 
 『디자인 정치학』 
· · · 뤼번 파터르 지음, 이은선 옮김, 고트, 2022 · · ·



1  제목


제목을 얼핏 보고서는 디자인의 정치적 용례를 소개하는 책인가 싶었지만, 제대로 살피니 ‘정치학’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디자인 정치학(The Politics of Design)』. 정치학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politics’ 또는 ‘political science’로 표기된다. 정치 자체와 정치적 견해는 화자/필자의 이념 성향과 접하여서 전개되는 토픽이다. 논지가 주관적 내지는 편파적으로 흐를 소지가 다분하다. 이와 달리 정치학은 단어 그대로 학문의 영역이다. 영단어처럼 과학(science)에 기반한다. 과학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식 체계를 실증적으로 구명하는 것이다. 정치학도 마찬가지다. ‘정치적’과 ‘정치학적’은 아예 다른 차원의 관형사들이고, 『디자인 정치학』은 당연히 정치학적(객관적·보편적) 실증과 실례로 채워져 있다.

정치학이란 ‘정치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정치 현상은 ‘정치적 행동’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다. 정치적 행동이란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Harold Lasswell)이 수립한 개념이라고 하는데, 그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느냐가 정치다(Politics is who gets what, when, and how)”라고 정의한 바 있다. 어떤 행동 주체가 ‘정치적’이라는 건, 그 주체(집단 혹은 개인)의 행동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고자 하는가’와 결부되어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 정치학』은 ‘디자인은 정치 현상의 동인이 된다 = 디자인은 대중의 정치적 행동을 일으킨다’라는 사고 틀 안에서 집필된 책이다. 디자이너가 의도를 했건 안 했건 디자인은 대중으로 하여금 무언가를 얻고 싶도록 하고, 그러한 획득의 시기와 기간, 수단과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든다. ······라고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뤼번 파터르(Ruben Pater)는 네덜란드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디자인 정치학』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그는 정부 후원을 받으며* 15년간 “정부와 문화 기관을 위한 광고 작업을 하고 정치 운동을 했”고, 이 경험을 통해 “시각 커뮤니케이션이 다면적이며, 그 어떤 면모도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 네덜란드는 정부 정책으로 디자이너들을 지원한다. 담당 기관인 문화과학부(the Ministry of Education,Culture and Science)는 ‘네덜란드 디자인 재단’ 및 ‘프럼젤라 디자인 재단’을 설립하여 디자이너들의 작업물 아카이브, 전시 작품 상품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 참고 문헌: 「디자인 정책의 새 패러다임」,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8. 8.


© typography seoul



2  차례


1장. 언어와 타이포그래피
 문자 이야기
 알파벳과 아브자드
 상형문자와 지사문자
 심장이 없는 글자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하는 셀럽의 정치학 가이드
 아프리카에서의 전쟁은 끝났다
 아프리카 문자
 아랍 문자-로마자 폰트디자인
 로마자 로고타입을 아랍 문자로 제대로 옮기려면
 냉전시대의 문자 인코딩
 꺾인 글자체에 얽힌 사연
 민족을 대변하는 타이포그래피
 참수당한 언어
 모더니스트 부대
 될 때까지 그리스어로
 나를 읽지 마세요
 나이키 알라
 도메인에는 뭘 넣어야 할까

2장. 색상과 대비
 인간의 눈은 색을 어떻게 인식할까
 표색계
 색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
 경고의 색상
 색채 심리
 색상과 문화
 내셔널 컬러
 색상과 성별
 검은색과 흰색의 역사
 칠하느냐 칠하지 않느냐
 셜리와 도자기 걸
 이미지 테크놀로지의 간판모델

3장. 이미지와 사진
 원근법의 문제
 문화적 차이
 포토샵에 의한 죽음
 신체 노출을 통제하다
 스무스 크리미널
 여기는 남자들의 세상
 뉴 마사이족
 허울뿐인 다양성
 어떤 문화는 다른 문화보다 크다
 인간 가족
 문화 절도

4장. 상징과 아이콘
 글은 나누고 그림은 모으고
 평화를 도용하다
 로고타입과 아키타입
 장애인과 비장애인
 불평등의 아이콘
 외계인부터 선조까지
 이미지 읽기
 시계나 비행기에 투표하기
 불쾌한 스포츠팀

5장. 인포그래픽
 식민주의와 지도 제작
 식민주의 국가의 세계지도
 가장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세계지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세계지도
 디자인이 가장 훌륭한 세계지도
 지도와 범례
 이민 행렬 지도
 미스인포그래픽
 선택 설계
 서식 오류
 좀더 나은 투표 용지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라인 10
 시간 도둑
 우주 인종
 표준과 일탈
 정상성의 횡포
 데이터용 얼굴

차례가 제법 방대해 보이지만 실물 책은 235쪽 분량(손가락 한마디 정도 두께)이다. 123×205×19㎜ 크기에 323g 무게인 페이퍼백이라 가방 안에 넣어 휴대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장(章) 길이가 짤막하고, 각 장은 (위 차례 구성처럼) 열 개 혹은 십여 개 소제목과 단문으로 분절돼 있어 속도감 있는 완독도 가능할 것이다.

1장 [언어와 타이포그래피]의 한 구절을 『디자인 정치학』의 견본 문구로서 인용해본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로만 알파벳 타이포그래피에서 대문자보다 소문자를 더 많이 쓰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 계기는 ‘정치학적’인 것이다.

“식민주의 시대에는 백인(White)이라는 단어가 대문자로 시작되는 하나의 계급이었고 흑인(black)은 첫 글자가 소문자였다. 왕, 영주, 대통령, 교황, 황제는 모두 첫 글자가 대문자였던 반면, 농부, 노예, 농노는 소문자로 표기됐다. (···) 1925년에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은 대문자의 세계를 없애고 싶어 했다. 바우하우스의 교사 라즐로 모홀리나지(Lazlo Moholy-Nagy)는 대문자가 권력, 권위, 전통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이 보기에 소문자는 공간을 덜 차지하므로 키보다와 타자기를 좀더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 새롭고 한층 효율적인 언어를 추구한 바우하우스의 발상에 영감을 얻은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소문자만 썼다. 소문자만 쓰는 것이 당초의 혁신을 넘어 유행이 되었다. (···) 소문자가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은 효율성과 심미성, 전통 파괴의 측면 때문이었다. 나아가 소문자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예술가와 작가 들이 텍스트의 구조에 이의를 제기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 58·59쪽



3  서문


『디자인 정치학』의 서문은 간명하다. 세 쪽이 채 안 되는 분량과 건조체 문체로 책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서문을 통해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우리 모두 문화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종종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라고 전제한 뒤 “이 책은 시각커뮤니케이션과 시각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인 심리학, 인류학, 언론정보학, 문화학의 관점을 따르는 시각자료들을 활용해서 이 자각을 점검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한다.

서문 마지막 문단에서 저자는 “이 책에 포함되어야 할 사례” 제보를 요청한다.(아마도 저자는 ‘디자인 정치학’이라는 주제로 아카이빙을 지속하는 중인 듯하다) politicsofdesign.com이라는 사이트에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남겨달라는 것인데, 이 url을 입력해보니 존재하지 않는 도메인으로 나온다. 알맞은 주소는 thepoliticsofdesign.com이다. 이 사이트에도 책 서문의 마지막 문단과 같은 ‘사례 제보’ 요청문이 있는데, 제보는 info@thepoliticsofdesign.com으로 보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디자인 정치학』 관련 링크 
― 책 인스타그램: @thepoliticsofdesign
― 저자 뤼번 파터르의 사이트: untold-stories.net
― 저자 뤼번 파터르의 인스타그램: @unlisted_roots

 [123 읽자이너]가 소개한 책들 
 #3  마생
 #5  작업의 방식
 #6  『은유 수업
 #7  정병규 사진 책
 #8  매거진 『사물함』 6호
 #9  매거진 『스트리트 H』 영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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