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린 글자들: TS 파트너즈의 ‘일상 속 한글 타이포그래피 스냅샷’2022.07.07




『타이포그래피 서울』(이하 TS)과 함께하는 TS 파트너즈. 디자인학과 대학생,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하는 이, 프리랜서 또는 기업 소속 디자이너 등 100인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그룹이다. 이들은 매달 TS 편집진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렇게 산출된 결과물들은 TS 파트너즈 각자의 포트폴리오이자 TS의 콘텐츠 자산으로 축적되고 있다.

6월 미션명은 ‘일상 속 한글 타이포그래피 스냅샷’이었다. 등하굣길과 출퇴근길, 산책로, 조깅 코스, 여행지, 그 밖의 모든 일상적 장소를 관찰하며 한글 타이포그래피 발견하기, 그것을 스냅샷으로 기록하기. TS 파트너즈가 보내온 사진들과 코멘트를 정리하다 문득, 몇 해 전 ‘그렇지, 음,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던 월간 《디자인》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우리는 대개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만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물건을 배치하고, 장식하고, 간단한 그림을 직접 그려 넣는 일도 다 디자인이다. (···)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만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전문가의 디자인이 무조건 맞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생각은 틀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디자인에 참여할 때 디자인이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 김봉진(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겸 의장), 「디자인계에 도움이 될 만한 31개 질문들 (2)」, 월간 《디자인》 2018년 10월호

TS 파트너즈의 ‘일상 속 한글 타이포그래피 스냅샷’도 위 견해와 조응한다. 학교와 책에서 배운 디자인 이론과는 상충할지 모르나, 그러한 어긋남의 틈새를 디자인을 한 이의 불성실함이나 무성의함의 증거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바라봐야 한다면 상당히 겸연쩍어질 것 같다. TS 파트너즈가 포착한 투박한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엄격한 이론의 잣대로 재단하기가 저어되는 연유는 대체 뭘까.

아마도 그 ‘어긋남의 틈새’가 누군가의 ‘삶’으로 메워져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표현을 이렇게 고쳐보고 싶다. 어긋난 것이 아니라 어긋매끼어 있는, 그러니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도록 서로 어긋나게 걸치거나 맞추어져 있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어긋나되, 그 자체로 어엿이 존재하며 삶과 결속되어 있는 디자인.

TS 파트너즈가 전송한 사진들을 선별한 기준도 ‘삶’이었다. 미감과 이론의 보정이 적용되지 않은 삶의 RAW 파일 같은 정취를 머금은 사진들을 고르고 골랐다. 여기에 더하여 두 번째 선별 기준으로 ‘웃음’을 삼았다. 뜬금없지만, 코로나19 시국을 지나 곧장 고유가·고물가 시국으로 전환되어버린 우리 삶의 배경이 헛헛해서다. 글자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가 잘 둘러보기만 한다면 어디서나 웃어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위로(보다는 하소연)로 이해해주기를.

글 _ 에디터 임재훈
정리 _ 디자이너 이승협
director@typographyseoul.com




 남다인 의 스냅샷  #조치원_닭발집 #전주_과일점 


comment ― “첫 번째는, 우연히 방문한 조치원의 길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한 식당의 차림표인데, 오래된 길거리 안에서 독보적으로 채도 높고 위트 있는 형태의 활자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는, 전주의 한 과일 가게 간판이다. 테두리가 있는 활자의 안쪽으로 가득 찬 과일 이미지들을 보며 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진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송희 의 스냅샷  #제주도_슈퍼마켓 


comment ― “일상 속이라고 하면 이미 삶에 침투를 한 것들이니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걸 찾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보는 거라면 좀더 특별하게 보인다거나 아이디어가 좋아 보인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 그래서 나는 정말 쉽게 접할 수 있는 손글씨 한글을 선택했다. 사진은 예전에 제주도 놀러 갔을 때 찍은 한 슈퍼마켓 내부다. 가격표를 보면 행간과 자간이 일정하지 않은데 이상하다는 느낌은 안 든다. 물품에 쓰인 서체와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유다경 의 스냅샷  #동생의_손편지 


comment ― “세상에 멋진 한글을 마주할 기회는 아주 많다. 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많아진 일상 속에서 나는 가장 개성적이고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아날로그를 택했다. 내가 찾은 일상 속 타이포그래피는 하나뿐인 내 동생이 어버이날 아빠에게 쓴 편지다. 같이 오랜시간 지내온 가족이지만, 가족의 필체를 볼 일은 생각보다 적다.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필체와 사랑이 넘치는 내용을 품은 내 동생의 멋진 활자를 소개한다.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을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은 동생의 손편지는 지금껏 마주해 온 여러 서체들보다도 감동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특별하다.”




 유시후 의 스냅샷  #판타지보다_정겨운_환타지 


comment ―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만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흉내 내려 해보아도 특유의 멋스러운 분위기는 따라할 수 없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글로 적힌 간판에서는 왠지 모를 정겨움도 느껴진다.”




 유제선 의 스냅샷  #낙서_화룡점정 


comment ― “어느 병원 화장실에서 찍었던 ‘낙상 주의’ 스티커. 어떤 장난꾸러기가 완전히 색다른 의미로 만들어버렸다. 색연필로 눌러 쓴 삐뚤빼뚤 ‘댄스 금지’, 아예 뜬금없는 ‘막창 주의’, 그 아래 ‘맛있지’. 극과 극의 그래픽과 손글씨들인데 이상하게 어울린다. 어울리다 못해 새로운 경지로 올라갔다. 삶도 죽음도 공존하는 엄숙한 병원이란 공간과 그 안의 화장실에서 발견한 의외의 창의성이다. 그 참신함과 유머가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였다.”




 유지연 의 스냅샷  #지하철에서_지지고복고 


comment ― “이번 TS 파트너즈 미션을 위해 평소에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지고 복고’라는 광고의 타이포그래피가 눈에 띄어 찍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지지고 볶고’가 맞는 표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중적 의미라는 것을 서체와 색깔을 통해 인식했다. ‘복고’라는 콘셉트에 맞게 레트로 서체를 사용했고, 약간의 B급 감성이 느껴지는 배경과 주변 글씨들이 이 타이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예쁜 형태의 글자가 아니라 글자의 ‘의미’를 다양한 요소들을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타이포그래피가 잘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유현지 의 스냅샷  #고체연료 #팰리스모텔과_얼음 #여기가좋겠네 


comment ― “손으로 쓴 듯한 느낌이 가득하지만 볼드한 ‘고체연료’와 귀여운 ‘염화칼슘체’가 모두 철물점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뾰족한 부리가 매력적인 ‘팰리스모텔’, 무심한데다 크기까지 한 ‘얼음’은 길거리 글자들의 매력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다. 가게 네이밍과 그라데이션, 정겨운 글자들의 조합으로 동네 사랑방 느낌을 살린 ‘여기가 좋겠네’ 간판은 정말로 여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나라 의 스냅샷  #집근처_도토리앙금방앗간 #힘빼고나답게달리기 


comment ― “집 가는 길에 있는 방앗간. ‘도토리 앙금’이라는 어감이 귀여운데다 그걸 붓으로 꾹꾹 눌러 적은 듯한 느낌이 더해져 귀여움이 두 배. 사용된 색도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강한 색들인데 조합이 되니 편안하다. 그리고, 요가 가는 길에 바닥에서 발견한 글자. 이런 것에도 나는 감동을 받는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 힘 빼고 나답게 달리기.”




 정은영 의 스냅샷  #왠지_그리운_쫄깃국수 


comment ― “최근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다시 봤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서 거리마다 당당히 내걸린 한국어 간판들을 볼 수 있다. ‘쫄깃국수’를 보다가 〈미스터 선샤인〉을 생각했다. 왠지 저 글꼴이 일제강점기 때 사용되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보기에는 조금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이런 글꼴이 그리워질 것이고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윤이 의 스냅샷  #해방촌_골목_고록헤집 


comment ― “해방촌 골목에서 찾은 고로케집 ‘지구 최고 고록헤’ 간판의 타이포그래피. 궁서체는 진지할 때 써야 돼, 라는 내 생각을 바꿔주었다. 흔한 궁서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세월과 추억의 흔적이 녹아 있어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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