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읽자이너] #18 『내 손 안에 폰트』2022.08.09



한 달 한 권
1 제목 2 차례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123 읽자이너 

 열여덟 번째 책 
 『내 손 안에 폰트』 
· · · 한글활자연구회 노민지·이용제, 활자공간, 2021 · · ·


1  제목


책 표지를 보면 제목 『내 손 안에 폰트』 위로 ‘2011-2020 Mobile Font Archives’라고 적혀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모바일 기기용 폰트의 발전사와 시장 변화를 정리한 책, 이라는 의미다.

2021년에 나온 이 책은 대단히 도전적인 기획의 산물이다. 앞서 언급했듯 『내 손 안에 폰트』는 10년간의 모바일용 폰트 시장 변천사에 대한 기록물이다. 이 시장을 깊이 들여다볼 수는 있겠으나, 들여다본 바를 객관적 지표에 근거하여 분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통계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꼴 디자이너 류양희는 이 책 본문에서 “모바일 폰트 시장의 추세와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대한 자료 공유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본문 112쪽, ‘모바일 폰트 시장에 대하여 바라는 점’이라는 질문의 답)

이것은 비단 모바일용 폰트 시장에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전체 폰트 시장, 그리고 이를 포함하는 국내 시각디자인계를 통틀어서 유의미한 시장 조사가 기획되고 시행되는 사례는 드물다. 이러한 조사를 관장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태부족이기도 하고, 통계청이나 우리나라의 ‘조사’ 전문 업체들의 시야가 디자인 시장 깊은 곳까지는 닿지 않는 듯하다. 또한, 역량을 검증 받은 국내 조사 기관들이 ‘정치’ 시장에 몰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정치권 또는 정치 뉴스를 다루는 언론사에서의 수요(의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정당 지지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등등에 투입되는 인력과 전문성(이를테면 ‘질문을 어떻게 구성해야 유의미한 결과 지표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노하우)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 분배된다면 어떨까.

아무튼, 모바일용 폰트 시장을 조리 있게 분석할 만한 통계 자료가 다양하지 않은 환경에서 『내 손 안에 폰트』 같은 책을 기획한다는 건 도전이다. 객관적 지표의 양도 출처도 부족한 제약을 이 책은 어떻게 극복했나, 어떤 구성으로 유의미한 결과물/기록물을 도출해냈나, 하는가를 염두에 둔다면 『내 손 안에 폰트』를 귀한 환을 먹듯 꼭꼭 씹어서 읽고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2  차례


  서문. 모바일용 폰트, 10년의 기록 ― 이용제

  대화 1. 모바일용 폰트의 과거와 미래 ― 손동원(폰트뱅크), 이용제(계원예술대학교, 활자 디자이너)

  사전 인터뷰 1. 플립폰트 탄생 배경 ― 하전자(모노타입코리아)

  사전 인터뷰 2. 모바일용 폰트 시장의 태동기 ― 강진희(윤디자인그룹)

  대화 2. 끊임없이 도전하는 디자이너 ― 김인철(MJ), 박지하(Aa), 최다인(Dain), 최영서(And), 노민지(활자 디자이너), 이용제

  질문. 모바일 폰트 생태계: 모바일용 폰트 디자이너에게 묻다

  대화 3. 해외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 ― 권정민(PK), 류양희(Rt), 왕은정(My), 함민주(MH), 노민지, 이용제

  부록. 인기 있는 모바일용 폰트 보기지
    [1] 2016-202 인기 있는 모바일용 폰트
    [2] CP별 인기 있는 모바일용 폰트
          ※ CP: 콘텐츠 공급자/공급처(Contents Provider), 즉 모바일용 폰트를 개발한 개인 디자이너 및 기업을 가리킨다.

숫자(통계 자료 및 수치) 대신 사람을 데이터로 삼은 조사 기획, 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차례 구성을 보면 모바일용 폰트 시장 주체들(디자이너 및 기업)의 인터뷰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앞서 서술했던 ‘시장 조사 통계의 부족함’이라는 제약을 ‘현장 인터뷰’로 극복하려 한 편집진의 선택과 고군분투(!)가 엿보인다.

단지 극복만 한 것은 아니고, 편집진이 직접 새로운 ‘숫자’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 장이 [질문. 모바일 폰트 생태계: 모바일용 폰트 디자이너에게 묻다](본문 75~97쪽)다. 마흔네 팀 CP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곱 가지 설문조사의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활용하는 FGIFocused Group Interview, 응답자들을 직업·연령·성별 등을 기준으로 무리 지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특정 주제에 대한 내밀한 의견을 도출해내는 면접조사 방식을 응용한 듯하다. 국내 디자인 시장에 이러한 FGI 유형의 조사 자료가 도출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유의미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다만, 질문 구성은 다소 아쉽다. 일부 질문과 그 응답의 ‘유의미함’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디자인한 모바일 폰트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CP가 디자인한 모바일 폰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와 이것이 유도한 응답이 과연 공공의 영역에서 참고될 만한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인터뷰이들, 그러니까 모바일용 폰트 디자이너들의 개인적 소회를 모아놓은 자료는 어떤 주체와 어떤 목적에 의해 참고될 때 유의미해질 수 있을까.

그렇기는 하나, 이 같은 질의응답은 현재 모바일용 폰트 시장에서 활약하는 현업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놓은 지면으로써 『내 손 안에 폰트』에 얼마간 ‘다정함’을 깃들인다. 우리가 ‘시장’이라 이르는 그곳은, 다름 아닌 ‘사람들―내 작업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줄 알고, 타인의 작업물을 바라보며 자극 받을 줄도 아는 노동자들’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서문


책의 공저자이자 활자 디자이너, 그리고 이 책을 기획한 한글활자연구회 설립인인 이용제가 서문을 썼다. 그는 ‘2011-2020 Mobile Font Archives’를 표방하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밝히며 ‘싸이월드’를 여러 차례 언급한다.

✻                    ✻                    ✻

  (···) 싸이월드 선물가게에서 ‘글꼴’을 판매한 이후 폰트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폰트 사용자와 산업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첫째, 무료인 줄 알고 썼던 폰트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 둘째, 나의 감정이나 취향을 글자꼴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 셋째, 글자꼴의 유사성 논쟁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영원할 것 같던 싸이월드에서 사용자가 점점 떠나면서, 10년 정도 활발하던 싸이월드 ‘글꼴’ 시장도 함께 사그라들었습니다. 돌아보니,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었고, 폰트 산업 종사자들은 그 시장을 반신반의한 눈으로 지켜보다가 커지는 시장 규모를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서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 열악한 국내 폰트 산업에서 싸이월드의 ‘글꼴’ 시장에 버금가는 새로운 시장이 쉽게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시 일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큰 손해라는 생각에 공감할 것입니다. 다행히 국내 폰트 산업에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했습니다. 2000년대 전후 디지털 환경이 활성화되면서 애플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광풍이 불었고, 모바일용 폰트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습니다. 싸이월드를 성장시킨 세대와 비슷한 10~30대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꾸미기 위해 폰트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내 손 안에 폰트』 서문 「모바일용 폰트, 10년의 기록」에서 발췌 | 강조 표시는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

✻                    ✻                    ✻

지금의 국내 모바일용 폰트 시장은 두 가지 큰 사건을 거쳐 태동했다, 라고 저자 이용제는 서문에서 정리하고 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하여 2000년대 초반 ‘글꼴 판매’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연 싸이월드의 성쇠가 첫 사건. 2007년 아이폰 1세대 등장 이후의 “스마트폰 광풍”과 “모바일용 폰트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것이 두 번째 사건이다.

위 강조 표시된 인용문처럼 과거 싸이월드가 주도하고 견인했던 글꼴 시장은 재현되기 쉽지 않은 기회였다. 이를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서 좋은 시절을 보냈”던 폰트 산업 종사자들이 간과했던 바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용제가 지적한 대로 “당시 일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사업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사업 기획서와 제안서, 사업 진행 경과, 이 모든 과정에 뒤따랐던 각종 제반 업무 및 자료 등속을 전혀 아카이빙 해놓지 않았던 셈. 공과는 있으되, 그걸 답습 또는 반면교사할 때 근거로 삼을 만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끈이 없으니, 알맞은 길로 인솔할 가이드라인도 적합한 경로를 찾아갈 역량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므로 사업 진행은 난관 일로를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

『내 손 안에 폰트』가 출간된 2021년과 현재는 “다행히 국내 폰트 산업에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한 구간이다. 이 다행한 ‘두 번째 기회’가 스러지지 않도록 지난 10년 동안의 시장 상황을 기록해놓고자 함이 이 책을 기획한 한글활자연구회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 책은 싸이월드 시장에서 발생한 여러 일을 기록하지 못한 반성에서 시작했으며,”라는 서문의 한 홑문장이 가벼이 읽히지 않는 이유다.





 [123 읽자이너]가 소개한 책들 
 #3  마생
 #5  작업의 방식
 #6  『은유 수업
 #7  정병규 사진 책
 #8  매거진 『사물함』 6호
 #9  매거진 『스트리트 H』 영인본
 #15  『디자인 정치학
 #16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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