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읽자이너] #19 『디자인된 문제들』2022.09.13



한 달 한 권
1 제목 2 차례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123 읽자이너 

열아홉 번째 책
 『디자인된 문제들』 
· · · 김동신·김의래·박럭키·이기준·정재완 등 10인, 쪽프레스/고트(Goat), 2022 · · ·


1  제목  3  서문


『디자인된 문제들』은 wrm(whatreallymatters, 구 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의 2021년 하반기 우수 콘텐츠 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로, 2022년 6월 정식 출간되었다.

서문이 제목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고 서문을 건너뛰어서는 제목의 본의가 파악되지 않을 것이므로 [1 제목]과 [3 서문]을 잇대어 소개해야만 책 안으로 입장하는 알맞은 문으로의 안내가 가능할 것이다. 제목 『디자인된 문제들』은 ‘designed matter’를 의역한 것이다. designed matter는 디자인물(디자인된 결과물)을 의미하는 합성어인데, matter는 ‘물질’과 ‘문제’라는 어의를 복수로 품은 형태소다. 『디자인된 문제들』 편집자 김미래는 서문에서 “이 책의 운을 떼고 마무리 짓는 데 낱말 matter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편집자가, 그리고 그가 만든 이 책이 규정하는 낱말 matter는 “물질이자 문제이면서,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뜻을 실어나르는 친구”다.

   ‘문제없다’의 경쾌함을 발산하는 디자이너와 ‘문제없다’의 비현실성에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묶일 수 있게 된 것은, 어떤 물질이든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며, 한 인간이 문제 삼는 항목이 공동체에 역시 긴급한 사안일 수 있음을 환기해주는 matter 덕분입니다.
   ― 『디자인된 문제들』 서문 「편집자의 말」 중

편집자 김미래의 위 말은 『디자인된 문제들』이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디자이너 바라보기’ 방법이다. 문제-matter를 디자인물-designed matter로 물질화-materialization하기. 이것이 디자이너의 업임을 상정하고 책을 읽어달라는 권고이기도 하다.

『디자인된 문제들』은 이기준, 김동신(동신사), 오혜진(OYE), 이지원, 박럭키(MHTL), 이지현(금종각), 정동규(텍스트 프레스), 정재완(사월의눈), 김의래, 신인아(오늘의풍경) 등 디자이너 열 명의 글을 엮은 산문집이다. 이들은 자기 디자인의 ‘matter’에 관하여 글을 썼고, 자기 글의 내지를 자기 식대로 디자인했다. 그래서 필자마다 본문의 배열과 서체가 제가끔이다. 읽기에 어수선하다 느낄 독자들도 있을 듯하다. 이러한 제각각의 편집 디자인은 글쓴이 각자의 문맥적 의도를 텍스트뿐 아니라 시각 문법에도 반영하고자 한 결과물이다. 레이아웃이 왜 이럴까, 굳이 왜 이 폰트일까, 라는 의문은 해당 디자인의 주체인 디자이너-필자의 글을 읽음으로써 해소될 것이다. 『디자인된 문제들』에 세 번째로 실린 오혜진의 글이 『디자인된 문제들』의 편집 디자인 전략을 이해(또는 양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뽀빠이(Popeye)』 매거진의 대표 편집자였다는 츠즈키 쿄이치는 자신의 저서 『권외편집자』에서 디자인에 맞춰 하는 글쓰기가 끔찍하다고 발언했지만 나는 철저히 그에 반대하여, 텍스트가 들어갈 위치와 분량을 미리 정해두고, 제한된 상황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작성한다. 이것은 마치 이사 갈 집의 평수를 미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살림살이를 계획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 『디자인된 문제들』 54~55쪽, 오혜진의 글 「16페이지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 중




공동저자인 디자이너들은 자기 글의 맥락과 알맞은 내지 디자인을 직접 진행했다
― [맨 위부터] 이지원, 박럭키, 이지현의 지면 



2  차례


  편집자의 말 ― 김미래(쪽프레스 편집자 | 쪽프레스는 출판사 고트의 단행본 브랜드다)

  당근 ≠ 당근 ― 이기준
  ※ 원문의 제목은 두 ‘당근’을 각각 고딕과 명조로 썼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스마트 에디터 프로그램이 명조 폰트 지원을 하지 않아서 고딕으로 통일하였음을 밝힌다.

  북 디자인과 정치 ― 김동신

  16페이지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 ― 오혜진

  거리에서 ― 이지원

  ‘소통’에 이르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 박럭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 이지현

  이름 붙일 수 없는 디자인 ― 정동규

  대구에 ‘내려’와서 본 그래픽 디자인 ― 정재완

  디자인되는 것 ― 김의래

  가령, 탈코 운동은 디자인이 될 수 있을까 ― 신인아

차례에는 글의 제목과 필자명만 간략히 놓여 있다. 차례 쪽을 넘기고 그다음 「편집자의 말」을 다 읽고 나면 필자-디자이너 소개와 더불어, 열 명의 글 편편마다 언급된 주요 낱말들과 그것들의 수록 쪽이 기재된 일종의 간이 색인(index) 지면들이 나온다. 독자들은 관심 가는 글쓴이 또는 낱말을 이정표 삼아 원하는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첫 번째 글부터 마지막 열 번째 글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다.

다만 『타이포그래피 서울』(TS) 에디터는 오혜진이 쓴 「16페이지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를 가장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디자인된 문제들』 필진의 참여 배경과 과정, 이 책이 디자이너들을 필자로 소환하여 세워보고자 한 책격(“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책에도 책격이 있다”라는 출판 디자이너 정병규의 말을 빌린 것이다)의 모양새, 낱말 matter가 이 책의 글제로서 갖는 함의와 문력을 종합적으로 짐작케 해주기 때문이다.


오혜진의 지면

「16페이지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는 오혜진이 쪽프레스 김미래 편집자에게서 수신한 ‘디자인 산문집 필진 참여 제안’ 메일 전문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그러고는 이 사태-matter를 받아들이면서 필자 스스로 제기하고 설정한 문제들-matters, 그것들을 텍스트와 디자인 언어로 역해하기 위한 고민과 절차들, 그로써 단행본 『디자인된 문제들』 안에 자신의 디자인물-designed matter을 앉히기까지의 실무 수기를 전개해 나간다.

오혜진은 본문에 『디자인된 문제들』과 직접 연관된 작업 노트를 건조체로 적었고, 주석 영역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지닌 그래픽 디자인 행위에 대한 주관과 입장을 밝혔다. 주석 영역의 글에는 ‘나는’, ‘내가’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다수 허락되어 있다. “텍스트가 들어갈 위치와 분량을 미리 정해두고, 제한된 상황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작성한다”는 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의 글쓰기 전략은 『디자인된 문제들』과 매우 부합한다.

『디자인된 문제들』은 TS 에디터에게 오래전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도’ 잘해야 한다, 라는 인터뷰이 발언을 제목 삼은 기사다. 『디자인된 문제들』 필자-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하듯 글 한 편을 설계하는 솜씨와 그렇게 직조한 산문의 맥리는 여간한 문장가들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글쓰기가 업인 사람들도 글만 잘 써서는 안 되고 글‘도’ 잘 써야겠다. 비단 작가들(writer)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크리에이터의 matter가 바로 이 ‘도’ 아니려나.



 [123 읽자이너]가 소개한 책들 
 #3  마생
 #5  작업의 방식
 #6  『은유 수업
 #7  정병규 사진 책
 #8  매거진 『사물함』 6호
 #9  매거진 『스트리트 H』 영인본
 #15  『디자인 정치학
 #16  『스티브 잡스
 #18  『내 손 안에 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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