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제작 툴과 디자이너2012.08.10

글. 박성훈, 정유권(윤디자인연구소 폰트디자이너)



주조활자와 사진식자의 시대를 거쳐 글꼴 디자인이 디지털화 되면서, 타입 디자이너들은 컴퓨터상에서 글꼴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아날로그적 드로잉 도구를 대체한 폰트 제작 프로그램들이 그 사용 환경에 따라 더욱 다양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화면용으로 쓰이는 비트맵 폰트의 제작에 적합한 프로그램, 인쇄물에 사용되는 정교한 아웃라인 폰트 제작에 최적화된 프로그램 등이 있는가 하면, 서양권의 1byte 문자언어체계에 맞춰진 프로그램과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의 2byte 문자 언어체계를 구현하는 데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다.

 

폰트 제작 프로그램은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주로 서양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2byte 문자를 구현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자체 제작하기도 하였는데, 그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폰트매니아’의 경우 다른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서 사용자층이 적은 이유로 업그레이드가 지속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왔다.

 

해외 프로그램 역시 업그레이드가 중단되거나 한글을 디자인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국산 프로그램이 없을 당시부터 사용해오던 익숙함과 호환성 등의 이유로 비교적 많이 애용되어 왔다. 그중 ‘폰토그라퍼(Fontographer)’, 고급 기능과 옵션이 다양한 ‘폰트스튜디오(Fontlab studio)’, 오픈 소스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폰트포지(Fontforge)’, 동양권의 2byte문자를 지원하는’아시아폰트스튜디오(Asiafont studio)’ 등이 유명하다. 일반적으로는 ‘ 폰토그라퍼(Fontographer)’가 Mac과 PC를 통틀어 가장 널리 쓰이고 있지만, 판매수익 저조 등의 이유로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현재 ‘ 폰트스튜디오(Fontlab studio)’에 통합되어 개발되고 있다. 



폰트 제작 툴의 발전

 

초창기 폰트의 쓰임새는 주로 출판 인쇄물에 국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폰트 제작의 툴 역시 고해상도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는 아웃라인 폰트의 드로잉에 초점이 맞추어져 만들어졌다. 후에 방송의 자막, 개인용 PC를 비롯하여 웹과 모바일 환경으로 점차 폰트의 쓰임새가 다변화되면서 단순히 드로잉 기능만으로는 부족하게 되었다. 폰트가 쓰이는 해당 디스플레이 환경을 고려하여, 기술적 부분까지도 디자이너가 어느 정도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부가적인 고급 기능들이 많이 늘어났으며 조금 더 전문적인 작업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개발되어 있다.

 

일례로, 사실상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화면에서 도트로 표현되는 아웃라인 폰트의 정보를 보정해 저해상도의 디스플레이 환경에서도 가독성을 높이는 ‘힌팅’ 기술이 최근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폰트 제작 툴이 아닌 ‘VTT(Visual TrueType)’라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디자인된 폰트를 최종 보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화된 폰트 사용 환경에 맞춰 여러 가지 툴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각각의 툴마다 고유의 특성과 장단점들이 있는데, 그 중 고급기능과 확장성이 뛰어난 ‘Fontlab studio’를 중심으로 아웃라인 폰트 제작 과정을 따라 가며 그 기능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폰트랩 스튜디오는 아웃라인 서체 제작의 최신 툴로, 가장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인터페이스도 세련된 폰트 에디터이다. TrueType, Type1, OpenType 등 여러 가지 포맷의 서체를 편집, 제작할 수 있고, 파이썬 랭귀지(Python Language)를 기초로 한 macro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매크로 기능은 각종 효과나 작업 프로세스 등을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하여 하나의 툴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추가적인 파이썬 프로그래밍 기술이 필수적이다.



 



참고로, 오픈타입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애플 매킨토시 운영체계에서 사용되는 트루타입 폰트 파일 형식을 확장한 글꼴 파일 형식으로, Adobe Postscript 파일을 트루타입 폰트 파일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해준다. 오픈타입이 나오기 전에는,  포스트스크립트를 사용하는 프린터를 위해 나름의 폰트 형식인 타입1을 사용했다. 포스트스크립트는 조금 더 나은 품질의 정교한 프린터들을 위한 표준 프린터 포맷 언어이며, 트루타입은 스플라인 곡선을, 타입1은 베져(Bezier) 곡선을 사용한다.

 

폰트랩 스튜디오는는 6,400자 까지만 저장• 생성이 가능하므로 한글의 경우 KS코드의 2,350자는 하나의 작업 파일로 제작할 수 있지만, 유니코드 기반의 11,172자를 만드는 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한글 작업의 경우는 보통 앞서 언급한 폰트 제작 프로그램인 AsiaFont Studio를 사용한다. 아시아폰트 스튜디오의 인터페이스 및 기능은 폰트랩 스튜디오의 그것과 거의 같다. 


 



폰트랩 스튜디오의 장점 중 하나는 인터페이스의 사용자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쉽고 편한 인터페이스가 이미 디폴트로 설정되어 있겠지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의 변경이 필요하다면 메뉴, 툴바, 단축키 등을 자유롭게 편집하고 배치할 수 있다. 



 



폰트랩 스튜디오는 Adobe Illustrator와 같은 벡터 기반의 드로잉 프로그램을 따로 사용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다양한 기능의 훌륭한 드로잉 툴을 가지고 있고, 일러스트 프로그램에서 그린 이미지를 바로 카피하고 페이스트 하는 것이 가능하며, 파일의 상호호환성도 매우 높은 편이다.


폰트 제작 과정의 첫 번째는 스케치된 시안을 디지털화 하는 것인데, 스캔한 이미지를 백그라운드에 놓고 아웃라인 형태로 트레이싱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벡터 기반 드로잉을 옮겨 붙인 다음, 각 글자의 위치나 크기를 조정해 만든 기본적인 단어나 문장을 보며 글줄을 맞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웃라인을 Mask 형식으로 깔거나 가이드라인을 수직, 수평, 사선방향으로 그려 넣고 작업할 수 있다.






폰트랩 스튜디오에서는 글자를 Component화하여 사용할 수가 있는데, 이것은 위•아래 첨자가 많은 유럽향의 글자들이나 조합 형태로 짜인 한글 작업을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컴퍼넌트를 사용하면 이미 제작되어 있는 형태를 가져다 쓸 수 있으므로 제작 및 수정이 간편해질 뿐더러 폰트의 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지 수정 시, 글자의 가로 세로 크기, 획의 굵기, 방향, 기울기 등을 수정하고 글자의 위치를 이동하는 등의 작업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transfomation 기능을 이용하는데, 조금 더 세부적인 수정이 필요하거나 특별한 효과를 사용해야 할 경우 Action 메뉴를 활용하며, 이 액션들을 조합한 Action Set을 구성하여 활용하는 기능이 있다.






폰트랩 스튜디오에는 코드 페이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디폴트로 들어 있는 기본적인 코드페이지 외에도 필요에 따라 원하는 글자들을 구성하여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Mark 기능을 이용하여 각각의 셀에 원하는 색을 넣으면, 작업 진행 중 중요한 글자에 표시를 하거나 형태가 같은 것끼리 구별해 놓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여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셀의 크기를 조정할 수도 있어서 필요에 따라 전환이 가능하다.



 



Matric 윈도우를 통해서는 각 사이즈 별로 미리보기를 할 수 있으며, 글자 폭의 수정이나 커닝 작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 

아웃라인 글꼴을 저해상도 장치에서 작은 사이즈로 출력할 때 출력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화면 변환 시 글꼴에 적용할 힌트(Hint) 정보를 추가해주는 것을 ‘힌팅’이라 하는데, 폰트랩 스튜디오에서는 트루타입과 타입1의 힌팅이 가능하다. 세부적인 매뉴얼 힌팅이 불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토 힌팅의 결과물이 우수하다. 그리고 매뉴얼 힌팅 인터페이스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편이어서 빠른 작업이 가능하며, 사이즈 별로 비트맵을 임베딩하는 것이 용이하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폰트 이름과 카피라이트 등을 입력한 후 각종 형식의 폰트를 내보내어 생성시키게 된다. 



툴과 디자이너


호모 파베르(Homo faber).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명이 싹트고 눈부신 발전을 해왔듯, 글꼴 디자이너 역시 도구를 통해 과거보다 조금 더 편리한 환경에서 쉽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도구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고, 컴퓨터 환경이 발전하는 것과 맞물려 더 큰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디자이너의 영감을 표현함에 있어서 도구는 역시 도구일 뿐이며 오히려 한편으로는 그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구의 발전을 통해서 문명이 발전되어 온 것처럼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인 제작 툴이 폰트 디자인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또한 분명할 것이다.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들의 모든 요구에 부응하긴 힘들겠지만, 조금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폰트 제작 프로그램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 이 글은 2009년 3월 온한글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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