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울의 느슨한 여행자들, 아마추어 서울2012.11.15

서울은 묘한 도시다. 높은 빌딩에 시선이 어지러워지는가 하면 고즈넉한 고궁이 보이기도 한다. 큰 도로로 내달리는 수많은 자동차가 보이는가 하면 대충 포장된 좁은 길로 다니는 손수레도 보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빠르게 변해온 서울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오래된 모습은 서울에 살고 있는 이라 하더라도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그런 낯선 모습의 서울을 안내하는 느슨한 여행자들이 있으니, 바로 <아마추어 서울>이다.




▲ (좌) 아마추어 서울 타이틀  (우) 멤버들


아마추어 서울에 대한 소개
"서울을 여행하는 서울 사람들"
아마추어 서울(홈페이지)은 스스로를 아마추어 서울 여행자라 칭하는 네 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도시 서울 안의 주목 받지 않았던 곳을 주목해 주관적으로 해석한 느슨한 여행 가이드맵을 기획, 디자인합니다. 2009년에 발행한 1호는 종로구 원서동-계동이 주제였고, 2호의 주제는 종로구 익선동입니다.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서울에 머물렀지만 주로 발걸음 하는 곳들과 유명장소 이외에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들 또한 표면적 사건이나 언론보도 이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서울은 긴 역사만큼이나 장소 곳곳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곳에 살고 있으나 그곳을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입니다. 아마추어 서울은 이런 아마추어적 자세로 서울의 면모를 알아보고, 디자인적 아이디어를 담아 풀어낸 여행을 제안합니다.

멤버는 어떻게 모인 건가요?
네 명 모두 같은 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공통 관심사와 작업방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모두가 다른 일을 하게 되었지만, 추구하는 것들은 언제나 비슷했기에 시간을 내서 일이 아닌 작업을 함께 해보자 했고 '아마추어 서울'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아마추어 서울 가이드맵 1호


아마추어 서울에서 소개하는 각종 장소들은 어떤 기준으로 뽑히는 건가요?
멤버들이 공통으로 관심이 가는 곳인지가 중요합니다. 한 명이 "이런 거 어때?" 하고 흥미로운 요소를 들고 오면 일단 다같이 찾아가는 식입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영감을 받을 때까지 계속 찾아가다 보면 아마추어 서울만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여행 루트는 어떻게 짜나요?
무작정 '아마추어'의 자세로 지칠 때까지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흥미를 느끼게 되는 요소들을 찾아내 공유하고, 긴 회의 끝에 나름의 맥락을 중심으로 연결해서 '루트'로 만들어 냅니다. 1호와 2호의 가장 큰 차이도 바로 루트입니다. 1호가 멤버들이 장소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각자 작업을 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2호는 개인작업보다는 여행자가 재미있게 즐기며 알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앞으로도 루트를 만드는 방법은 계속 변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지역 전체를 알아가고 여행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소재가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 아마추어 서울 가이드맵 2호 익선洞


2호가 나오기까지 공백이 꽤 길었는데
2009년 늦은 가을에 아마추어 서울 1호가 나오기까지, 종로구 원서동-계동 지역을 6개월 동안 거의 매일같이 드나들었습니다. 그만큼 장소에 대한 강한 애착과 호기심이 있어야 한 권의 아마추어 서울이 나오게 됩니다. 모두 본업이 따로 있었기에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도 많았고, 밤을 새서 회의하거나 몰래 작업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서울이 가져다 주는 에너지가 굉장했기에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진행하다가 아마추어 서울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어 프로젝트를 반드시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2호가 나오기까지는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하긴 했습니다. 1호 이후로 멤버 중 두 명은 해외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요인은 공통적으로 흥미를 갖게 되는 장소를 선정하는 것과 물리적 거리와 관계없이 작업할 수 있는 방식을 깨닫게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몇 번의 시행착오 때문입니다.




옛 서울, 혹은 오래된 서울이라는 주제 외에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예전에 생각해뒀다 못했던 것들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루트를 따라가 보는 여행이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주제로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아니면 서울로 들어오는 입구인 버스터미널, 기차역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나, 이태원이나 한남동 등 말 그대로 서울에 아마추어인 외국인에게 보이는 이곳은 어떤지 알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3호에서는 어떤 지역을 다루게 될 예정인가요?
사실 이번에는 주제 자체보다는 주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일단 그런 것들을 고려해본 뒤에 장소를 고려해봐야죠. 3호는 여행하기에 좋은 내년 봄, 4월 무렵에 나올 예정이니 아마 봄에 하기 좋은 여행으로 선택하지 않을까요?

아마추어 서울의 향후 계획
서울의 독특한 여행 가이드맵으로 자리매김해서 계속 발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이드맵과 동시에 더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는 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12월 중에는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서울 익선동 투어'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가이드맵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여행자들의 의견도 받을 생각입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맵 발행 사이에도 활동하고, 여행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지난 호에서 다룬 곳의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또 하나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해외의 지인을 통해 아마추어 서울을 외국으로도 보내고 있는데, 비슷한 성향의 장소를 찾아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장소 사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1호를 만들 때는 동네를 하도 많이 다녀서 주민 분들이 우리도 주민이라고 생각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2호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동네를 효율적으로 여행했습니다. 아마추어 서울의 본부역할을 하는 '오디너리 랩(홈페이지)'이 익선동에 있어 비교적 덜 고생하며 여행했고요. 그런데 좀처럼 변화가 없는 곳인지라 우리의 존재 자체가 변화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래서 익선동 내에서 어디를 가면 주민 분들이 신기해하니까 우리는 그게 더 신기했죠.



자신이 생각하는 아마추어 서울은?
"같은 것을 다르게, 또는 더 가깝게 알아보는 작업이다.
지극히 사소하고 주관적인 경험을 객관적으로 인도하지만,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여행을 제안하는 방법이다"

- 조예진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그래픽디자인 석사 재학 중)


"가치없게 여겨지는 것을 가치있게 보게 되고, 이면의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그리고 발견한 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
- 유혜인 (브랜딩&디자인스튜디오 오디너리랩 디자이너)

아마추어 서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부수고 새로 짓기 보다는 더러운것을 조금 닦아내고 손질해서 오래 관리해온 집에서 받는 느낌이 있다.
그러한 깊이를 아마추어 서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 김은영 (CJ푸드빌 디자이너)


"서울을 떠올릴때 한국을 떠올릴때와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모를 뿐, 서울만의 특별한 매력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김지은 (브랜딩&디자인스튜디오 오디너리랩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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