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림 혹은 끌림, 프로파간다2013.04.11

아! 이 영화 보고 싶다. 포스터만 보고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공연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무엇을 볼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포스터는 첫 번째 관문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지슬>, <워낭소리>에서부터 <피에타>, <신세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객을 홀리다시피 끌어당긴 포스터를 만든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박동우. 독립한 지 5년 동안 그들을 거쳐 간 영화만 200여 편. 공연까지 합치면 훨씬 더 엄청난 숫자가 나온다. 닮은 듯 다른 두 남자는 그들이 만든 포스터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글.인현진


 


특히 영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최지웅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영화 포스터 만드는 일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극장에 가서 몰래 포스터 뜯어 오고. 한번은 영사실 기사님한테 걸렸어요. 따라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섭잖아요. 범죄 현장에서 걸린 거니까(웃음). 계단으로 가니까 조그만 창고가 있는데 들어가래요, 진짜 큰일 났다 싶었죠. 내가 여기서 맞아 죽나 보다(웃음). 들어갔더니 극장이 생긴 이래로 상영되었던 영화의 모든 포스터가 다 있는 거예요. 너 갖고 싶은 대로 다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에겐 영화 <시네마 천국> 같은 이야기죠.
  박동우  특별히 영화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당시 여자 친구가 좋은 회사가 있으니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영화 포스터 만드는 회사였어요(웃음). 일이 정말 재미있어서 앞으로 이쪽을 내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야근도 많이 하고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제가 한 작업들을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거예요. 반응도 빨리 오고. 촬영장 가서 작업하는 것도 신기하고 매력적이었죠. 처음엔 선배 디렉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움직이는 위치니까 부담이 좀 될 때도 있어요. 소심한 A형이라(웃음). 

영화 포스터는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최지웅  네. 빠르고 즉각적이어서 욕도 많이 먹고(웃음). 디자인 발로 했니? 뭐, 이런 독설도 해주시고(웃음). 이쪽 일이 재미있는 게 파급력이 굉장히 크잖아요. 시골에 가도 저희가 만든 포스터가 붙어 있고, 그런 게 재미있죠. 포스터라는 게 한 번 만들면 평생 남는 거니까요.

  박동우 5년 동안 영화만 200편 했는데 누가 프로파간다 포스터는 패턴화되어 가네요,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봤더니 저희가 인물이 적고 여백이 많은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하늘 시리즈가 있고 손 시리즈도 있어요(웃음). 저희 작업을 관심 있게 쭉 보고 계시는 분이시구나, 생각하죠(웃음). 


엄청나게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세요?
  최지웅  닥치면 다 해요(웃음). 힘들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이 많으니까 그냥 열심히 해요. 영화나 공연은 라인업이 1년 전에 나오니까. 저희는 야근도 많이 안 해요. 둘이 잘 맞는 부분 중 하나예요. 회사를 많이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져서 퀄리티를 뽑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고. 그런 면에선 둘이 잘 맞죠.
  박동우 생각하고 하기보다 작업하면서 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물론 클라이언트와 마찰이 생길 때도 있어요. 우리가 생각할 땐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다른 것을 요구하기도 하니까. 작업 결과가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진 않아요. 가끔 왜 우리를 선택했지? 할 때도 있어요(웃음).

일이 많을수록 정서적 환기도 중요할 것 같아요.
  박동우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하나씩 사는 거. 서로 금액은 꼭 맞추죠(웃음).
  최지웅  제가 관리부도 맡고 있어요. 회계는 너무 힘들어요. 세무사가 말하는 게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고(웃음). 


▶ 워낭소리

▶ [왼쪽부터] 지슬, 비념, 두개의 문

 [좌] 점프 아쉰  [우] 별이 빛나는 밤에


최지웅은 방대한 영화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할 만큼 꼼꼼하고 섬세하다. 반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툭툭, 허를 찌르는 반전 농담을 잘하는 박동우는 선이 굵은 남자의 세계를 잘 담아낸다. 두 사람이 같은 영화를 함께 하기보다 한 사람이 한 편을 전적으로 책임진다. 포스터 속 배우들의 의상, 포즈, 필요한 소품까지 배치한 시트를 만들고 포스터 촬영 과정 전체를 디렉팅하는 것은 물론이다. '작가'라고 불리는 게 싫다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만든 포스터에는 상업 영화든 독립 영화든 어떤 작가주의 정신이 묻어난다. 

끊임없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라 중압감이 심할 것 같아요.
  최지웅  죽겠어요(웃음).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도 있고. 그럴 땐 쥐어짜요(웃음). 시나리오 많이 읽어보고 주어진 소스를 가지고 저희가 생각하는 영화의 느낌을 담아내려고 하죠. <은교>가 좀 힘든 경우였는데, 결국 저렇게 셋이 서 있는 그림으로 갔잖아요. 단순해 보여도 저게 나오기까지는 많은 고뇌가 있었죠(웃음).
  박동우 제가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렇게 가볍게 넘기기보다 깊게 생각해요. 우리를 욕하진 않을까 엄청난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프로파간다랑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말 하는 거 아닌가? 싶고(웃음). 그런 점은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다 바빠지고 시간 지나면 잊어버리지만(웃음). 

두 사람이라서 좋을 때도 있지만 서로 부딪치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동우 초반에는 그런 게 있었는데, 이건 좀 그렇지 않아? 그러면 말 안 하고(웃음). 처음엔 자존심 있어서 안 고치다가 나중에 슬며시 음, 고치는 게 더 낫나?(웃음) 이러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조율해온 것 같아요.

  최지웅  우린 둘밖에 없으니까 도망갈 구석이 없어요. 심지어 아플 수도 없죠(웃음). 한 명이 아프면 한 명이 떠맡아야 하니까.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휴가는 길게 쓰려고 해요.

  박동우 한 명이 열흘 휴가 가면 나머지 한 명은 죽지만(웃음). 외장 하드에 항상 주요 데이터를 넣어서 갖고 다녀요. 출근 못하면 집에서라도 작업하죠.

  최지웅  퇴근할 때 내일 나 아플래, 이러기도 하고(웃음).

  박동우  최대한 서로에게 짐을 지우지 않도록 하는 게 오래가는 비결인 것도 같아요.
  최지웅  어쨌든 도망갈 때가 없으니까(웃음).

작업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최지웅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때가 아무래도 제일 힘들죠. 저희만의 색깔이 강해서 그런지 프로파간다는 클라이언트 말 안 듣고 수정도 잘 안 해준다는 소문도 있어요(웃음).
  박동우  하고 싶은 영화인데 다른 팀에게 넘어갔을 때. <건축학개론> 같은 영화 진짜 하고 싶었는데 안 들어온 거?(웃음) 로맨스 영화 하고 싶은데 저희한텐 잘 안 오네요(웃음).

영화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최지웅  그 영화의 얼굴이죠. 기존에 있는 폰트는 거의 안 쓰는 편이고요, 한 글자씩 작업할 때도 있고. 그 영화에 맞게 타입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캘리그래피도 꼭 어울릴 때만 쓰고.
  박동우  신세계의 경우 선 굵은 남자의 세계를 드러내려고 했어요. 타이포만 볼 땐 마음에 들더라도 비주얼과 함께 보면 아닐 때도 있고요. 그럼 다시 만들죠. 하나만 만드는 경우는 없어요. 여러 개 만들어서 사진에 얹어서 어울리는지를 보죠.

  최지웅  포스터 한 장에도 리듬이 있어요. 예를 들면 크레디트 디자인으로 전체 균형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거든요.

  박동우  거긴 사람들이 잘 보지도 않는데(웃음). 저희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런 게 영화 포스터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좌] 은교  [우] 신세계

▶ 미국의 바람과 불

▶ [좌] 비몽  [우] 피에타


지금은 베테랑인 그들에게도 실수 연발이던 신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걸어왔기에 최근 <시네마 천국>을 리디자인해서 주변에 나줘 주는 5주년 기념행사도 했다. 늘어가는 작품 수만큼이나 자부심도 쌓여간다. 하지만 배우, 감독, 스태프, 카피라이터, 마케터, 포토그래퍼 등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한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자신들만의 작업이라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힘든 과정도 견딜 수 있고, 관계를 맺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기에 성실하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 당당하지만 겸손하다. 

두 분한테도 병아리 시절이 있었을 텐데 신인 때 어떠셨어요?
  최지웅  죄다 실수 투성이었죠(웃음). 대형사고 친 적도 있고. 오타 많이 내고. 재인쇄를 몇 번씩 한 적도 있고. 숫자 잘못 쓰고. 프로세스를 몰라서 뽑아보니 글씨 막 깨져 있고. 경험하면서 배운 게 많아요.
  박동우  촬영장 처음 나갔는데 그땐 디지털이 아니라 필름 촬영이었거든요. 실장님이 폴라 좀 가져와, 그랬는데 제가 콜라를 사온 거예요. 이건 뭐니? 당황스러워하시더군요. 폴라로이드가 뭔지도 몰랐던 거죠(웃음).

  최지웅  지금은 시나리오만 읽어도 감이 와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 중에 가을에 개봉 예정인 영화가 있어요. 방은진 감독님의 <집으로 가는 길>, 이거 잘 될 것 같아요.

  박동우  콘셉트가 정해지면 시나리오 북 만들고 영화 촬영 중에도 아이디어를 계속 내죠. 프로모션에 필요한 물품까지 생각해서 제안할 때도 있어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최지웅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죽어도 끝까지 하세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그러잖아요. 무슨 일을 해도 네가 좋아서 해라. 회사 처음 차릴 때도 괜히 잘 다니는 회사 그만두고 일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 되더라고요. 3년이 고비인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3년만 견디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박동우  망해도 큰 타격은 없어요(웃음). 컴퓨터 하나, 프린터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고. 이쪽 일이 물론 힘들죠. 야근 많고 잠도 잘 못 자고. 그래도 초반에 버티면서 경력을 쌓으면 길이 보여요. 쉽게 이직하지 말고 한 우물 꾸준히 파면 반드시 성과가 나오거든요. 학생이라면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면서 경험 쌓는 게 도움이 돼요.

  최지웅  제가 뭔가를 경험했다고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이건 하지 마, 저건 꼭 해봐, 섣불리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아요. 좋든 싫든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게 생기니까요. 비슷한 상황에 처해도 저희가 경험한 것과는 다를 수도 있고요. 결국 자신의 선택이 중요하죠. 좋아하는 일이면 끝까지 해보세요. 그리고 판단을 내리면 돼요.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 이 책이 참 도움이 됩니다(웃음).

  박동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씬에 계속 머무르면 기회는 와요. 경험에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저희도 처음 일 시작했을 때 작업한 거 지금 보면 진짜 아니다 싶거든요(웃음).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는 지점이 있어요. 



▶ 프로파간다 5주년 기념 - 시네마천국 포스터


▶ 레옹 디지털 리마스터링 재개봉 포스터



서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지웅  저분은 단점이 없어요.
  박동우  그럴 리가 있나요(웃음). 형을 생각하면 제가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최지웅  일도 잘하지만 손도 엄청 빨라요.

  박동우  대신 디테일이 좀…(웃음). 열정적인데 제가 못 따라가요.

  최지웅  어라, 아닌데. 둘 다 소심해서 같이 징징대니까(웃음).

  박동우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제가 못 받쳐줄 때가 있어요.

  최지웅  하고 싶은 거 못 하면 병나긴 해요(웃음).

  박동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데 그냥 먹자 이럴 때 미안해요(웃음).

  최지웅  서로 다른 점이 있는 게 좋아요.

  박동우  똑같이 열정적이면 일하다 죽을지도 모르니까(웃음).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최지웅  막연한 꿈이긴 한데 오프닝 시퀀스 같이 하고 싶어요. 그것에 대한 툴은 아직 모르니까 앞으로 하려면 배워야죠.
  박동우  음반 일을 해보고 싶은데 생각만 있고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소녀시대 음반 하면 좋겠는데(웃음). 


▶ [좌] 브로드웨이 42번가 42nd STREET 2013  [우] 엘리자벳 Elisabeth


▶ 2011~2013 밸리록 페스티벌 디자인

맨 위로 기사 공유하기 인쇄하기
맨 위로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