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만나다



이래도 '심심한 위로'를 건네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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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지울 수 없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려 했고, 우리의 말을 쓰지 못하게 억압했었죠.
결국 우리는 우리의 나라와 문화, 말을 되찾았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상처자국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 중에는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올바른 우리말을 공부하던 KBS <상상더하기>를 필두로 다양한 우리말 관련 프로그램들이 생기면서 
일본어의 잔재를 없애는 노력은 전 국민적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익숙하게 쓰고 있는 말 중에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인 <사쿠라 훈민정음>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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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일본말 ‘찌꺼기’에 충격을 받다

사실 책 제목부터가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사쿠라 훈민정음’이라니. 썩 유쾌하지 않은 제목입니다.
그러나 책을 펼치니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말들이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들이었거든요.
심지어 언론에서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말들 중에도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들이 많았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우리말 속엔 아직도 일본말 ‘찌꺼기’들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나요?

우리는 국립현충원에 가는 것을 ‘참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참배’라는 말은, 
일본말 ‘삼빠이(參拜,さんぱい)’의 음역이라고 하는군요. 물론 조선시대에도 ‘참배’라는 말이 쓰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쓰였던 ‘참배’란 말의 뜻은 임금을 뵙는 ‘알현’을 의미하는 말이었고,
일제강점기 때의 기록인 <순종실록>에서의 ‘참배’는 ‘무덤 참배’의 의미라고 하네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이 잠든 국립현충원을 찾는 일을 ‘참배’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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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넬 건가요?

사건사고를 보도하는 뉴스에서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라고 하는 것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린 시절 저는 이 말이 상당히 의아스러웠습니다. 본래 ‘심심’이라는 말은 ‘심심하다’라는 말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무언가 어감이 어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심심이 일본어 ‘신진(深甚,しんじん)’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서 ‘심심’에 대한 기록은 단 한번 있는데, 순종실록에 담긴 내용입니다. 
순종황제가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일왕이 “심심한 동정을 표시하여 준 것을 짐은 감사하게 여기는 바입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여기서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대한제국 침략의 원흉입니다. 

‘심심’이라는 말에 이렇게 깊은 사연이 담겨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심심한 조의’, ‘심심한 경의’, ‘심심한 위로’라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넬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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