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만나다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 시린 아름다움 그 열 두번째 - 생각의 여름

생각의 여름-01.png


'핑거스타일'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소박한 3핑거 주법,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소박한 멜로디를 얹어 
덤덤하게 읊어주는 노래를 만났습니다. 
왠지 이 여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뮤지션. '생각의 여름'입니다.

생각의 봄인 사춘기(思春期)의 다음 시기라는 의미가 담긴 '생각의 여름'은 
'포크 근본주의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뮤지션 박종현의 솔로 프로젝트예요.

그는 2005년 2월,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 '9와 숫자들'의 '재경' 등 몇 명이 모여 낸 컴필레이션 앨범,
'관악청년포크협의회'에 노래 몇 곡을 실으면서 음악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1.png
▲ 출처: 붕가붕가 레코드 홈페이지 (http://www.bgbg.co.kr/)


 

그의 음악은 '동물원'의 멤버, 김민기의 그것을 그대로 닮아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라디오헤드나 스매싱 펌킨스 같은 록밴드의 음악을 많이 듣고 스쿨밴드 활동도 했지만,
썩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해요. 그러다 갑자기 통기타를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길을 걷다 떠오른 시상으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음반이 '생각의 여름'의 셀프 타이틀 데뷔 EP입니다.
'같은 내용을 쓸데없이 반복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2절을 최대한 쓰지 않는다는 그.
그런 그의 노래, '긴 비가 그치고'의 가사를 한번 같이 느껴볼까요?

긴 비가 그치고 모든 것이 한결 푸르다
허나 내 안의 풍경은 풍경은 여전히
긴 비가 그치고 모든 것이 한결 선명하다
허나 우리의 계절은 계절은 여전히


2.jpg

▲ '생각의 여름' EP



통기타 반주에 소박하게 울리는 목소리...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특히 생각이 많이 날 가사에요. 다른 노래 '덧'도 한 번 들어보세요.

비가 내리네 젖은 꽃들이 떨어지네
꺾인 자리로 다시 빗물이 떨어지네

그래서 아물지 못하는 나의 손끝은
그래서 아물지 못하는 나의 손끝은
그래서 아물지 못하는 나의 손끝은

비가 내리네 젖은 꽃들이 떨어지네
꺾인 자리로 다시 빗물이 떨어지네

한 편의 시처럼 간결하고 소박한 가사.
뭔가 빈 공간이 많은 듯하면서도, 
그 안에 나만의 상상을 더해져 알 수 없는 여운이 많이 남는 노래입니다.


3.jpg

▲ 출처: 붕가붕가 레코드 홈페이지 (http://www.bgbg.co.kr/)



생각이 정형화되지 않도록 시상이 떠올라도 메모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굴려,
시상에 질감을 더하고 살을 붙인다는 '생각의 여름'.
그래서 그런지 짧은 단어로 내뱉는 그의 가사는 
어떤 특정 대상을 가리키기보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듣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그의 음악은
'생각의 여름'란 이름과 무척 잘 어울리네요.

작년 여름부터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활동은 없어 아쉽네요. 부디 이번 앨범 하나로 그치지 말고,
더 좋은 가사와 착한 멜로디를 선물해줬으면 합니다.

갑자기 구석에 세워놓은 통기타를 다시 잡고 싶어지네요. :-)



이정민.png



목록 인쇄
Comment 0
서비스 선택
댓글
위 아이콘을 눌러 로그인해주세요. SNS 아이디로도 로그인 가능합니다.
profile image



  • ID
  • 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