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불필요한 부사, '정말' 써야 하나요?
케이블 채널 tvN에서 생방송으로 방영했던 <오페라 스타>를 즐겨 시청했었습니다.
가수들이 오페라에 도전해 경합을 벌이는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죠.
지난 달 중순 쯤, 가수 박기영 씨가 우승하면서 2012년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오페라 스타>를 시청하며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지난주에는 정말 빨간 옷을 입고 정말 바람둥이처럼 노래를 부르셨는데,
이번에는 정말 진지한 남자의 모습으로 노래를 하셨어요. 어느 쪽이 정말 손호영 씨의 모습에 가까운 거예요?"
"정말 미소천사세요. 정말 항상 웃고 계시거든요…. (중략)
지난 시간에는 정말 조금 불안정한 음정이 보였다고 한다면 오늘은 정말 멋졌어요."
사회자와 심사위원, 출연자가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문득
“'정말'이라는 말이 없으면 ‘정말로’ 대화가 통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정말’ 들었습니다.
▲ <오페라스타>의 한 장면 (방송 화면 캡처)
저도 그렇지만 주변 지인들 역시 대화를 나눌 때 말끝마다
'정말'이란 단어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사용하곤 했어요.
말이라는 것의 전파력은 높잖아요. 내가 쓰고 있는 말을 어느새 친구가 하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누구나 거부감 없이 혀에 밴 습관이다 보니, 정해진 대본이 큰 의미가 없는 연예 프로그램이나,
일반인 대상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서 이런 언어의 남발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상황, 정말로 이해가 안 돼요!”
“이건 정말로 진짜야, 농담이 아니라고.”
“정말 두 번 씩이나 우연히 만나는 일이 흔하지는 않죠. 정말 우리가 인연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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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
혹자들이 이르길, 흔히 여자가 사랑을 하면 늘 그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말합니다.
저야말로 ‘정말’ 원치 않았지만, 한산한 시간의 지하철 안에서 연인들이 나누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연인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비일비재하긴 하죠.
“자기, 나 정말 사랑해?”
“사랑하지. 정말 완전 사랑해!”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지 '정말' 사랑한다는 건 ‘더욱 더 많이, 무한정 사랑한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사랑한다”는 말로는 뭔가 2% 부족한 걸까요?
▲ 1999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OST 표지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의 문제라면 그냥 두 남녀의 일로 끝날 수 있겠지만….
요즘처럼 그 사랑의 대상이 다수인 군중일 경우는 어떨까요?
“저는 우리 지역구를 정말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지역구 유권자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꼭 저에게 투표해주십시오!”
지난 4.11총선 유세 기간 중 이와 비슷한 말들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씩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정치꾼들의 유권자를 향한 무한 사랑 타령이죠.
자꾸 들어서 중독이 될 만도 하지만, 듣고 있자니 여기서도 '정말'이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정말’을 붙여야만 남들이 믿어준다면,
그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를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까지 하더군요.
공적 신뢰의 상실? 그렇게 ‘정말로 사랑한‘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는
선거 이후 데면데면해지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아무튼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요…
‘정말’만 문제인 게 아닙니다. ‘너무, 되게, 굉장히, 아주‘ 등과 같은 부사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 부딪쳐서 나의 진실함을 표현하고 싶을 때, 그것이 말로는 어떻게 설명하기 힘들 때
‘정말, 굉장히, 아주’ 같은 단어를 절절하게 붙여가며 말하게 되지요.

▲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부사들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게 언어이긴 합니다만, 이미 우리는 필요 이상의 단어를 사용하는
과잉 언어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듭니다.
사랑하면,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면, 더 사랑할 것이라는 뜻으로 상대방이 믿어주기를 바랄 수는 있겠죠.
그러려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인과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확한 출처가 생각나진 않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내내 제 머릿속에 담아둔 문구가 있는데요.
오늘의 마무리는 그 말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가 가장 강력한 언어이다.
TS 기자단 배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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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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