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짓기는 일종의 건축이다! '타이포 아키텍처'
영화, 특히 헐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을 살펴보면 유난히 건축가가 많다고 합니다.
건축가, 'Architect'는 그리스어 어원은 'Architekton'인데요,
'archi(상위 개념의 가치)'와 'tekton(목수의 기술)'의 합성어로 '가치+기술'이 복합된 개념입니다.
많은 직업 가운데 건축가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영화 전문지 <프리미어>는,
‘집이나 대도시 빌딩 등 대형 건축물을 지을 때, 건물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듯
건축가는 인간 관계의 원활한 교분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번잡스런 도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정서적 위안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느낌은 이들을 영화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건축가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건축가와 기술적으로 가장 비슷한 직업이 바로 '타입디자이너', 글자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을 잘 지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건축가라면,
글자를 설계하는 사람 역시 인간의 삶을 보다 고차원적으로 가꾸어주기 때문이죠.
건축가가 머릿 속에 있는 아이디어나 조형물을 자신만의 디자인 감각으로 스케치하고, 제도하고, 목업(mock-up)하듯,
글자를 만드는 사람 역시 글자를 만들기 위해서 방한지에 집을 짓습니다.
타이포그래피가 다분히 건축학적인 면이 있다는 점은
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터와 건설회사 '대림 e-편한세상' 광고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영화의 포스터는 테두리부터 방한지에 제도하는 듯 표현되어 있는데요,
'건축학개론'이라는 글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글자와 건축은 모두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하고 정확한 제도와 설계를 거치기 때문에
조형 감각뿐 아니라 마이스터와 같은 장인정신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해요.
건설회사 '대림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광고 역시
‘글자를 짓는다’는 형식을 통해 ‘건물을 짓는다’를 표헌하고,
‘진심을 짓는다’는 메타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대림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광고
디자이너가 완성한 ‘진심을 짓는다’ 글자는 디자인이 아닌 건축 설계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오렌지 백그라운드 안의 ‘진심이 짓는다’ 글자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한 아파트 설계 도면이 숨어있어요.
이것은 디자이너가 곧 건축설계사가 되는 순간인데요,
실제 디자이너는 이 엄청난 작업을 하면서 누군가로부터
‘이거 어차피 광고에서 3초 정도 잠깐 밖에 안나오는 아냐?', '그냥 기존 서체로 만들면 되는거 아니야?’
라는 말을 들었지만,
글자 안에 방이 있는지, 거실이 있는지 등 열흘 넘게 디테일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야말로 진심으로 짓는 작업이니까
‘진심으로 짓는다’는 슬로건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것에 만족했고,
그 진심이 통했는지 결국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글자 짓기는 일종의 건축으로,
광고 슬로건처럼 '진심'으로 짓지 않으면 안되는 디자인 영역입니다.
건축가가 건물을 제대로 짓지 않으면 살기가 힘들듯,
매일 보고 쓰는 글자도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불편하고, 사용하기 어렵죠.
그래서 글자를 짓는 일은 '기술 + 가치'를 실현하는 'archi + tekt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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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